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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나는 샛강이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거대한 강이라면

나는 샛강이고 싶다

 

이념의 깃발 펄럭이며 진군하는

열병의 대열에서 빠져 나와

졸졸 노래하며 춤추는 물길이고 싶다.

 

강 한 켠에서 샛길을 내어

함께 가자며 손잡아 주는 이 없어도

흐르다 그 흔적마저 남아 있지 않아도

내 길 하나 내련다

 

길 아닌 길에 흐르는

샛강이고 싶다

 

 

 

 

 

 

 

저 양반 좀 봐라. 희한한다카이.

 

이슥한 밤중에 도깨비불을 켜고 뜰의 꽃을 오래도록 들여다 보지를 않나,

이 산, 저 산 다니면서 쪽동백 가지를 잘라와서 새 만든다고 난리를 피우지 않나,

바람이 쌩쌩 부는 한 겨울에 선풍기를 켜고 그라인더를 돌리지를 않나,

 

세상에, 흐르는 콧물을 훔쳐낼 새도 없더라니.....

그것도 돈이라도 되면 이해라도 하지.”

 

집 근처를 지나치는 바람들의 쑥덕거림들을 내 모르는 바 아니다.

 

 

 

 

제2의 삶이 시작되며 집터를 잡을 때

살던 고향 마을에서 오리나 떨어진 곳을 잡았다.

댓잎이 스걱대며, 새들이 지저귀며 내 이웃이 되었다.

고향에 왔지만 멀찌감치에 있다.

 

 

한 때 술파티에 취하면 나는 창문 밖에서 안을 한참 들여다 보곤 했다.

술 마시는 나, 고스톱을 치는 나, 왁자지껄한 대화를 들으며

중심부에서 변두리, 외곽, 바깥으로 나가곤 했다.

밖에서 안을 보며 안팎을 넘나들었다. 

 

 

 

 

농사를 짓지만 농부가 아니다

나무를 늘 다듬지만 목수도 공예가도 아니다

글 쓰기를 좋아하지만 시인이 아니다.

아내가 있지만 홀아비처럼 산다.

 

나는 늘 이도 저도 아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숙명처럼 나는 늘 경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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