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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흙에 살리라

 

며칠 간간히 내린 비로 입술이 촉촉이 젖은 흙이

따스한 볕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제 몸을 말린다.

 

간간이 곤줄박이가 땅을 콕콕 쪼으며 먹잇감을 찾아내곤 한다.

옳지. 나도 맨발이 되어 연인들의 스킨쉽처럼 부드러운 흙의 감촉을 느껴보자.

 

 

 

 

흙에 발을 딛고 한 줌을 쥐고 향기를 맡는다.

흙에서는 임부의 젖비린내가 난다. 흙은 뭇 생명체들의 태반이다.

차별하지 않는 대자대비(大慈大悲)로 숱한 식물의 씨앗을 품고

숱한 벌레며 미생물을 품고 있다.

 

 

잉태하고 출산하고 양육하기 위해 흙은 정직하고 진실하다.

흙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굳은 믿음과 신의를 지킨다.

 

흙은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다.

흙은 제 성질대로 고집하거나 다투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중화 시키며 다툼과 갈등을 조절한다.

만물의 어미인 흙의 양생법이다.

 

 

 

 

흙은 우리의 본향(本鄕)이며 어머니의 품이다.

고향의 어머니는 귀환할 자식을 기다리기 위해 붙박이가 된 것이다.

또한 생명을 품은 둥지이기에 떠날 수 없는 것이리라.

 

 

고향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결국 흙으로 되돌아 온 셈이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감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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