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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장사익의 노래를 들으며

      얼마전 서울로 가는 휴게소에서 아들이 장사익의 음반 한 장을 선물한다.

이제 30초반의 새신랑이 한창 삶의 기쁨과 환희를 노래할 나이에.....

'어느 새 네 안에도 삶의 생채기 같은 골짜기에 그늘이 생겼구나.'

이건 어디까지나 독백이다.

 

내려오는 길에 음반이 몇번을 돌았을까?

 

 

 

 

 

찔레꽃으로 유명해진 장사익은 정작 자신이 찔레꽃 같은 사람이다.

마을 모퉁이 척박한 땅에 온통 가시덤불에 피우는 하얀 꽃을

느리고 슬픈 어조로,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애잔하게 노래하자

사람들은 찔레꽃 같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훈아나 조용필 같은 이를 장미꽃이라면 장사익은 찔레꽃이다.

그는 자신을 가수라고 하기보다는 소리꾼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인기 있는 연예인의 화려한 외양, 도도한 포스가 느껴지는 게 아니다.

외모부터가 그는 세파에 주름진 얼굴에 한복과 고무신을 신은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다.

친근하게 다가와 옛 이야기를 들려주며 영혼을 어루만지는 슬픈 아저씨다.

과거를 고백하지 않아도 얼굴에 서린 짙은 우수의 그림자가 말해 주는듯....... 

 

그는 데뷔하는 과정부터가 세간의 시선을 받지 못하는 외진 박토의 가시덤불이었다.

46세에 1집 음반을 냈으니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기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와신상담했을 그의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했으리라. 

그는 국악인으로서의 풍부한 재능을 가졌던 것은 타고난 축복이었다.

전주대사습놀이에서 대상, KBS 국악 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하였으니

후일 국악과 대중 가요의 만남을 위한 기본 토양이 되었다.

 

 

 

장사익의 소리에는 그믐달빛이 비치는 계곡에서 밤새도록 절규하는 소쩍새의 한이 서려있다.

정한을 기존 정조로 하는 우리 민족의 기본 정서와 공감대를 흔들어대는 것이다.

그의 소리는 한 맺힌 이들을 달래기보다는 함께 울어줌으로써 영혼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는 피를 토하듯, 온 몸으로 온 영혼을 다해 호소력있게 노래한다.

직업 의식에서 의도한 연출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행로에서 생생하게 터득한

삶의 진실을 절절하게 노래하는 것이다.

 

노래를 잘 하는 가수는 많지만 가장 한국적인 소리꾼이라는 찬사에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장사익은 전통음악이 가진 고유한 가락과 애잔한 정서를 현대의 대중음악에 접목 시킨 공로가 크다.

사람들이 왜 그에게 열광하는지를 음악계에서는 면밀하게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장사익이 얼마전에 KBS 개국 기념 콘서트에서 이미자와 함께 공연을 하여 엄청난 시청율을 기록한 것은

그가 이미 가요계에서 성공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그의 개인적 성공을 넘어서 국악과 현대 가요가 어떻게 접목되어

보다 새로운 방향으로 우리 가요 발전가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

제 2의 제 3의 장사익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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