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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월성 계곡의 격류

 

태풍이 북상한다는 전갈이 들리자 수목들은 머리를 산발한 채 요동친다.

장대비는 갈수록 굵어지고 냇가에는 물이 많이 불어나고 있다.

불현듯이 시오리 위쪽의 위천 상류로 간다.

 

 

 

 

급류로 불어난 물의 기세를 살피기 위한 돌발적 행동이라고 쓰지만

실은 물구경을 가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장뜰 냇가에서 물 구경을 즐겼었다.

불어난 물이 온 세상을 삼킬 듯이 너울대는 광경에서 짜릿한 쾌감을 누렸다.

무료한 시골 소년에게는 이런 풍경이 특별한 이벤트로 받아들여진 것이리라.

 

 

 

 

골짜기에서 수선을 떨며 내려온 황톳빛 물길이 속속 본 대열로 합류한다.

기세를 얻자 우-웅웅 함성을 지르며 물이 격정을 띠기 시작한다.

서로가 손을 잡고 서로가 합쳐지며 소리 지르느라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 속내를 감추며 온 세상을 뒤엎을 듯이 기세 좋게 전진한다.

 

 

 

 

<낮은 곳으로 임하라>

 

대업의 혁명 공약을 내건 깃발을 세차게 흔들며

혁명군의 군가가 드높게 울려 퍼지며 진군하는 대열

 

 

 

 

쓸어버려라. 시류에 영합하는 부유하는 것들을

씻어 내려라. 낡아서 말라비틀어진 찌꺼기들을

소탕하라. 행동하지 않는 안일한 무리들을

전복하라. 한가롭고 단조로운 일상을

이미 대세는 기울고 있다.

앞으로 앞으로 진격하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라

 

 

 

 

물이 들끓으며 자제할 수 없는 무한 충동에 사로 잡힌다.

전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부딪히며 무너뜨린다.

물이 바위를 타고 오르다가 부딪쳐 깨지는 포말들.

격정은 멈출 수 없는 무한 질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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