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달항아리 하나가 거실을 한층 운치 있게 한다. 바라보는 눈길이 그윽해진다.
아래 위가 좁고 배가 부른 항아리, 아무런 문양도 없는 유백색의 백자는 보름달처럼 풍요롭다.
어느 한 구석 찌그러짐이 없고 풍만하지만 뽐내거나 넘치지 않는 절제가 보인다.
달은 밤하늘이 높이 떠서 차고 기우는 주기적인 변화를 하며
인간에게 깊은 사유와 친근함과 위로의 대상이 되어왔다.
달은 둥글지만 보는 위치와 심경에 따라 때로는 미인의 아미로, 만삭의 여인의 풍만한 배가 되기도 한다.
대형 항아리는 위와 아래를 따로 만들어서 접합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달항리는 완벽한 원형이 아니다.
도공의 눈길과 손길에 의해 둥글게 빚어지지만 어딘가 완전하지 않은 점이 있기에 더욱 애정이 간다.
비대칭의 미학인 것이다.
이 달항아리에는 한국적인 미의식 표출되고 있다.
백의를 즐겨 입던 민족답게 흰 바탕과 아무런 문양도 그림도 없는 바탕에는
순수와 순결을 지향하는 민족성과 우주의 무한한 여백이 담겨 있다.
그리고 호사스런 색채나 야단스럽게 꾸미지 않은 천연덕스러움과 소박함이 배어난다.
거실의 눈길이 고운 자리에 놓아두고 아름다운 자태를 향유할 것이다.
이 항아리는 소정의 자한 공방의 김태경 선생이 빚은 작품이다.
벗 우림선생님과 포항의 여자 선생님 한 분도 이 항아리를 들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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