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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교토의 민박 (일본 여행기 3)

 

이번 일본 여행의 첫 숙소는 교토역에서 몇 블록 걸어서 도착한 민박집이다.

이국의 여행자 등줄기에서도 땀이 흘러내려 옷을 적시는 한여름밤이다.

가방 한 개를 짊어지고 한 손으로는 트렁크를 한 손에는 아이패드를 든

아들의 뒤를 따라가느라 교토 타워도 근성으로 지나친다.

아이 패드 화면에 뜬 시내 지도와 번화한 거리를 일치 시키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간다.

산전수전을 치른 노련한 장수 같은 글로벌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나저나 ‘민박집이 얼마나 멋있을까?’ 내심 기대가 컸었다.

어렵지 않게 찾은 민박집 문을 여니 주인은 보이지 않고 협소한 공간에 숨이 꽉 막혀온다.

주인이 나와서 인터넷 예약 상황을 확인하는데 재환의 일본어가 유창하여 나를 놀라게 한다.

일본 서적들이며 잡지들을 읽는 정도인가 했더니.......

‘하이. 하이.’하면서 읍소하는 듯한 태도가 일본 사람못지 않다.

몇 년 전의 중국 여행 때는 중국어로 현지 가이드를 하더니......

 

 

 

 

가정집을 개조하여 최대한 방을 많이 넣은 료콴이다.

콩나물 시루 같은 집의 어둡고 좁은 복도와 계단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밟으며

코너에 마련된 일본의 전통을 담은 인형이며 사진,

투숙자들의 기념 사인 등으로 너저분한 복도를 지나

도착한 2층에서 방 두 개를 배정해 준다.

다다미방에 벽걸이용 에어컨 1개와 잠옷만이 주어지고 화장실과 욕실은 공동용이란다.

교토의 료콴은 우리의 모텔만큼의 편리함과 안락함도 없는데 방 2개에 16만원이라니.......

 

 

 

 

욕실에서 나와 머리에 타올을 감싼 내의 차림의 여자 투숙객을

복도에서 지나칠 때는 오히려 내가 민망해진다.

나는 욕실과 화장실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며 분풀이로 에어컨을 맹열하게 돌린다.

게다가 한 밤중에 잠을 깼는데 이웃한 방에서 들리는 코골이 때문이었다.

실망이다.  교토가 이 모양이라니.......하필 이런 곳을 예약했을 줄이야......

 

 

 

 

그러나 그런 실망은 곧 수정된다. 현지 체험을 위한 여행자의 바람직한 가치관으로......

여행은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낯선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일상, 낯선 역사, 낯선 생활 방식, 낯선 사고 방식과의 만남이 아닌가?

그럼으로써 나를 돌아보고 더 나은 나를 찾아가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학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짜증을 냈던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잠을 설치고 푸석푸석해진 열굴이 역력하다.

 

 

 

 

다음 날에야 안 일이지만 8월 첫 주간은 일본도 직장인들의 황금 휴가 기간이란다.

일본 전국에서 그 소중한 시간을 내서 문화적 古都(고도)인 교토에 여행을 하기 때문에

이런 료콴도 사전에 예약하지 않고서는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