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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외현선생의 글을 새기며 외현 장세훈 선생의글을 새긴다 참죽나무에 음각한다 조선의 선비 한순계의 산수가인데 자연을 관조하는 욕심없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시이다 산과 물이 서로 어울려 자연의 친화하여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그런 자연에 동화디는 자연인의 산수 찬미가다 水綠山無厭 (수록산무압) 山淸水自親 (산청수자친) 浩然山水裡 (호연산수리) 來往一閑人 (래왕일한인) 물이 푸르러 산이 좋아하고 산이 푸르러 물이 좋아라네 시원스러운 산과 물 사이를 한가한 나그네 홀로 걸어가네. 더보기
현무와 놀다 현무도를 판자에 그려본다 강서대묘 고분군들은 필시 왕의 무덤이었을 것이다 고대인들의 벽화에 그려진 사방신 중에서 북쪽 벽면의 그림이다 권력의 뒷받침으로 사후의 영생을 누릴 지하의 왕궁은 좁지만 화려하고 철통처럼 보안이 완벽하다 사방을 지키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에다가 천정의 황룡이 오방을 수호한다 고대인들에게 거북은 하늘의 메신저로 여겨졌다 거북의 등껍질에 하늘의 비의가 담겨있어 등껍질을 태우며 점을 치기도 했다 거북의 한 몸통에 두 머리가 돌출하여 운동감과 생명감을 주고 있어 신비롭다 오행사상에서 북방은 차디찬 겨울이요 사자들의 공간이며 흑색이고 물이다 나는 이 그림을 그려보며 고대인들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나름대로 유추하는 상상의 신비와 즐거움에 젖어든다 거북과 용은 물의 신수다 차가운 겨울 물의 나라.. 더보기
찻상만들기 느티나무를 토막을 활용해 작은 찻상을 만든다 나무 토막은 자칫하면 아궁이로 직행할 수 있는데 나 같은 목공 애호가들에겐 기절초풍할 이이다 얼핏보면 썩어 문드러진 나무 토막이지만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회심의 미소를 띠며 작업을 한다 어찌보면 피죽은 본품에서 떨어저 나온 페기물이지만 용도를 바꾸어 보면 새로운 본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본품에서 탈락한 것이 신품의 주재료로 쓰인다면 이 얼마나 창조적인 일인가! 유연한 발상과 자유분방한 착상을 가질수록 그런 전용의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이다 요놈 이제 엔진톱 작업을 마치고 매끈하게 언마한 후에 은은하게 기름칠하여 누군가에게 선물할 것이다 더보기
삭음의 미 오동나무로 테이블을 만든다 덩치는 크지만 아주 가볍다 친구 하나가 다듬다 만 것을 내가 마무리해서 외사촌 의 거실에 둔다 군데군데 나무가 상했지만 역으로 상한 것에서 자연미를 살릴 수 있다 자르고, 깎고, 후비고, 갈며 나흘간의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오일스테인을 2회 도포하고 8미리 유리판을 얹어 완성한다 더보기
주작을 그리며 며칠 전부터 고구려 벽화에 마음이 쏠려 여러 자료들을 검색하며 감상한다 관심을 집중하는 힘의 원천은 인문적 탐구욕과 무한한 상상과 흥미다 옻나무 판자에 주작 한 마리를 그린다 무덤에 그려진 주작 한 마리가 1600년 전의 선인들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엿보는 단서가 된다 주작을 그리며 나는 천 오백년의 세월을 건너 한 왕의 죽음을 상상한다 온 세상을 다스리는 절대 권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이루어 보고픈 왕의 간절한 영생의 꿈을 읽는다 장례는 만 백성의 애도와 조문을 받으며 성대하고 호사롭고 품격있게 치러졌으리라 영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발된 각 분야의 최고의 명장들이 소집되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막중한 장례를 치렀을 것이다 무덤은 죽은 영혼의 집이며 우주의 형상을 상징한다 무덤의 사방과 천정.. 더보기
나무 부자가 되다 나무 부자가 되어 입이 귀에 걸린다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유독 나무 판자만은 예외로 여긴 나다 2년 전에 갈계숲에 게이트볼 구장을 조성하며 느티나무 4그루를 캐내게 되었다 행운의 기회를 잡게 해준 친구가 이런저런 도움말로 나무를 내 소유로 만들게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어했다 관련자들의 동의를 얻어 뿌리가 달린 나무를 집으로 옮겼다 2년이 지나도록 노지에 두었다가 이번에 뿌리를 절단하고 제재소로 수송한다 이 일에도 여러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다 황산 마을에서 세 분이 와서 나무 뿌리를 잘라내고 타이탄 트럭에 싣는데도 트랙터가 동원된다 근처에 있던 제재소가 폐업을 한지라 남원까지 수송하려고 운동을 같이 하는 지인의 차를 이용한다 남원의 현대제재소는 처의 외종제가 사장님이라 나무를 제재해 준다 돈 .. 더보기
사람의 향기를 새기며 사람의향기 꽃의 향기가 코 끝을 스치는 것이라면 사람의 향기는 가슴에 머무는 것입니다 한 친구의 호의에 보답하려고 방법을 찾다가 좋은 글을 새긴다 내 숱한 망치질이 모여서 선물이 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돈을 얼마씩 주며 거래를 하는 시장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도 다행스럽고 멋진 일이 아닌가! 외형은 작고 하찮은 것이지만 작업하는 과정의 선의지를 선물하는 것이다 더보기
신광이용원 신광이용원이라 양각하고 오십년 이발사의 길을 걸은 사설을 음각하여 서각 한 점을 완성한다 곧 칠순을 맞게 되는 친구의 기념으로 만든 것이다 망치질을 하면서 친구가 살았던 삶의 부분들을 회고하게 된다 그가 살았던 50년이 한 우물을 팠다는 점에서 진한 감동이 생겨나고 존경하는 심정을 가지게 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