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세번 째 뿌리작업 세 번째 느티나무 뿌리 작업을 시작한다 야외 뜰에 놓고 수석을 얹는 받침대로 사용하려고 한다 이 나무는 작업을 하기가 좀 쉬울 것 같다 쉬엄쉬엄 느긋이 다듬을 것이다 더보기
결혼 기념패 사촌 여동생의 딸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선물 하나를 준비한다 조카의 이름을 새겨 넣으며 행복을 비는 마음이 간절하다 망치질을 하는 동안에 사십여년 전의 기억 하나가 또렷이 살아난다 여동생이 열댓살의 어린 나이에 문경까지 와서 오빠의 첫 아들의 기저귀 빨래를 해주었다는 기억이다 81년 2월 한겨울에 단칸방 접방살이에 세탁기는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에 수백 미터 떨어진 냇가에 나가서 빨래를 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여러 날 동안 그 궂은 일을 스스로 했던 서울 아가씨의 노고를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경주 양북에서 둘째 조카 출산시에도 해복간을 도왔었다 조카의 결혼을 축하한다 더보기
두번째 느티 뿌리 다듬기 이번 겨울의 두번 째 느티 뿌리 작업을 한다 3년을 야외에서 비를 맞아 삭은 부분이 더러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성한 나무만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갈라지고 썩어가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예쁘게 다듬어서 야외에 두고 수석이나 화분을 올려놓고 싶다 내가 이런 뿌리를 다루는 방식은 간단한 공구로 많은 시간을 들여 자연적 형태를 가급적 살리려고 한다 뿌리 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보면 답답하게 여길 일이지만 나는 이런 방식을 좋아한다 오늘 작업은 긴 드라이브와 야스리와 망치와 손톱 뿐이다 시끄러운 엔진톱으로 잠깐이면 끝낼 일을 손톱으로 하면 심장이 더 뛰고 인내력이 길러지며 만족도가 높아진다 생업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능률을 우선하고 타인의 취향을 우선해야 하지만 나는 시장이라는 트랙에서 .. 더보기
미완의 야외용 테이블 흙투성이의 느티 뿌리를 틈틈이 다듬어 20여 미터를 혼자서 옮기는데 혼신의 힘을 쏟는다 궁즉통이라더니 이 무거운 것도 방도가 있는 법이다 한 쪽 가장자리를 약간 들어서 빙빙 돌러가며 옮기니 조금씩 옮겨진다 마침 지인에게 부탁한 대형 폐톱이 도착한다 그동안 틈틈이 손질하던 느티나무 뿌리 위에 얹을 상판이다 석가공 공장에서 사용하던 직경 1350mm 원형 톱날인데 대구에서 왔단다 돌을 자르던 톱날이 은퇴하여 내 정원의 테이블로 재탄생하려 한다 날카로운 굉음을 견디던 톱날이 이제 고요하고 한가롭다 야외에서 사용할 테이블인데 아직은 미완성이다 아직 원목에 오일스테인을 칠하지 않았고 쇠톱도 녹이 슨 상태다 나무 위에 쇠를 얹으니 이질적 재료의 결합이라 어울림이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보다 잘 어울릴까? 철판 위에 .. 더보기
느티 뿌리를 손질하며 날씨가 조금 풀려 느티나무 뿌리를 다시 손질한다 뿌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뿌리 사이에 낀 흙이며 돌을 그라인더로 갈고 좁은 틈에는 일자형 드라이브나 야스리로 작업을 한다 이제 많이 매끈해젔다 나무를 다듬다 보면 의식이 자유롭게 흐른다 지하 세계에서 암로를 개척하며 세를 확장하던 나무의 전생을 사유하게 된다 지상의 몸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 뿌리는 희생과 헌신을 위한 모성을 지녔다 어둡고 습한 지하 세계에서 양분과 수분의 맥을 찾아나서던 지하의 개척자다 더보기
서각 한 점을 선물하며 옛 동료 한 분의 세컨 하우스겸 주말농장에 걸어줄 서각 작품을 완성한다 흥해읍에 있는 이 작은 집에는 정인들이 모여서 담소하며 소확행을 누리는 곳이다 작은 연못에 방주 하나를 띄워서 꽃놀이를 즐기는 신선처럼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며 새겨본다 양각으로 지선화락을 새기고 음각으로 몇 자 새긴다 작은 연못에 방주 띄우고 꽃놀이를 즐기는 정인들의 이 작은 행복 더보기
해뜨락 카페에 선물하며 수승대 도로변에 해뜨락이라는 카페 하나가 있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고 목련꽃이 피어 젊은 감성을 가진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숙박과 식사를 겸하는 카페인데 인테리어를 예쁘게 꾸미고 식사도 도시적 메뉴라 손님들이 많다 카페에 서각 한 점을 걸어주고 싶은 충동이 생겨나서 만들어 본다 느티나무에 해뜨락을 양각하고 음각으로 덕담삼아 몇 줄을 새겨본다 수승대 아침 햇살 화사해지면 선남선녀들 찻잔에 피어나는 정담들 향기롭다 주인은 위천성당의 회장님으로 봉사하시는 분이고 따님과 함께 손님들을 정겹게 맞아 주신다 카페가 더욱 품격있고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더보기
망치질 사이 오늘도 온종일 나무 작업을 한다 뿌리가 산발한 채 흙과 돌을에 품은 저 큰 덩어리 앞에서 쉴 새 없이 일하는 가리올 영감은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열심이다 이보오! 그게 뭐라고 그리도 열중이다오? 온종일 해봤자 그게 그것인데 막막하고 지루하지도 않으시나요? 대체 언제나 완성하려는 것이오? 하하 지루하고 힘들면 이게 뭐 대수라고 이러겠소 나는 완성이라는 목표보다는 이 과정을 여러 단계로 분할하고 높은 기준을 두지도 않지요 내가 생업으로 하는 프로들의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풋풋한 개성이랄까 서투른 신선함을 풍기고 싶답니다 빨리 이 단계를 완료하고 다음 단계로 가야한다는 압박감이 없기에 시행착오에도 실망하지 않고 작은 성과에도 스스로를 칭찬하며 만족하지요 내 좋아서 하는 일이라 무슨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라오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