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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병산서원에서

병산서원 진입로는 비포장 도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명한 여행코스로서는 뜻밖이다  무슨 복선이라도 깔려있는 것일까를 생각하며 호쾌한 눈맛을 풍기는 강변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아마도 병산을 찾아가며 느긋한 눈길을 잡아두려는 뜻인지 모르겠다
병풍을 친 유장한 낙동강은 넓은 품으로 백사장을 밀쳐내고 낮은 곳으로 흐른다

병산서원을 몇 번 다녀왔지만 안목이 없어 큰 감동이 없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남들이 유명하다니까 추천하고 덩달아 박수를 치지만 내면적 감흥이 수반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서원의 가치를 다양한 관점에서 탐색해 보리라 다짐해 본다

우리 정신문화의 본 고장인 안동에서 도산서원과 함께 유명한 병산서원이다 서원의 아름다운 풍치,사액서원, 서원 철폐의 회오리에도 훼철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들만 보더라도 많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생생한 증거다


서원은 학덕이 높은 분께 제향을 올리는 기능과  유생들을 교육하는 양대 기능을 가진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도덕적 인품이나 학문적 성취가 높은 성인이나 현자를 인간으로서의 모범으로 내세우고 모방이나 추종을 통해 자기 실현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존현의 전통을 가장 잘 구현한 기관이 향교나 서원과 같은 교육기관이다

건축물의 구조에서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교육 기능을 하는 강당과 존현을 향사하는 사당이 공존함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두 기능 중에도 존현에 대한 향사 기능을 우선했으며 지형적으로 경사가 있는 곳에서는 뒷쪽 높은 곳에 사당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샛 말로 표현을 하면 멘토를 세우고 모방을 통해 학습을 하는 것이다 삶의 길잡이로서 우뚝 솟은 인물을 몇 분 세우고 제사를 지내며 추앙한다

만대루에서 바라보는 강과 산의 풍치는 시원하고 호쾌하다
아름다운 풍치를 감상하머  자연에서 배우는 인격 도야의 장이다 다른 누각과는 판연히 다른 장방형 구조인데 소박하고 절제된 건축미가 돋보여 보물로 지장되었다
이 누각이 앞쪽의 산과 강을 정원으로 끌어 당긴다
선비들의 학문 연마의 고단함을 달래고 격려하는 자연의 보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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