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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함정을 파다

창고에 쥐덫을 놓았다
이 녀석과의 동거를 허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경계의 중첩에 있다
쾌적한 생활을 하려는사람과 생존을 위해 먹이를 구해야 하는 동물 사이의 불명확한 경계로 분쟁이 그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쥐의 투쟁은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화되어 사람의 영역과 겹치게 된다
문명과 자연의 구분은 사람들의 일방적인 생각이라 쥐의 사고 능력 밖에 있어 합의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화장실은 내가 정한 주인의 실내 공간이고 독점 공간이라 야생동물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배수구라는 비밀 루트로 침입한 것인지 잠시 열린 문으로 침입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한 번 침입을 하면 불쾌하고 성가시다  좁은 공간인데도 잡아내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쥐약을 놓기도 하는데 그것도 능사가 아닌 것이 분명히 사약을 먹었는데도 사체를 찾지 못한적도 있다  쥐의 영민성에 감탄을 하다가 곧 분노로 이어지기도 한다

"안되겠어 요 놈들 오늘  한 번 소탕을 해야겠어"
처음에는 방관을 했었는데 개 밥상머리 주변에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니 순둥이 골든리트리버조차 적대감과 공격성을 갖는다
시장에서 산 조그만 철망 쥐 포획틀이 전쟁의 무기가 된다 너희가 아무리 영민하다지만 감히 사람의 꾀를 이기겠어?
이 무기는 적을 산 채로 생포하는 도구라 사냥 놀이이기도 하다
멸치 서너마리를 바닥에 두고 퇴로를 차단하는 예민한 공이에 고구마 조각 한 개를 끼우는 이 함정은 교묘하다
오늘 아침에 이 함정에 갇힌 쥐 한 마리를 처리하며 한 편으로는 안스러우면서도 놓아줄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독해진다

한 생각이 툭 스쳐간다
우리 주변에도 크고 교묘한 함정이 도처에서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유혹하는 최고의  미끼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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