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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거리두기 어떤 모임에 불참을 알리는 일이 쉽지 않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사유를 일일이 밝히기도 쉽지 않다 단순한 일이 아니라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런 까닭으로 내심을 표현하지 않고 드라이하게 참석이 어렵다고만 알려준다 이를 궁금히 여긴 이가 전화를 해서 혹시나 무슨 신변에 변화가 있나 싶어 확인을 한다 "잘 지내고 있다"며 얼버무리자 혹시 도를 닦느냐고 반문 하길래 "그래 맞아" 하며 미궁 속으로 밀어넣는다 침묵의 대화라고나 할까? 굳이 속내를 비춘다면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서다 잦은 오프라인 만남이 늘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반가움은 잠깐이고 즐거움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즐거워야 할 대화는 술이 몇 잔 들어가면 왁자지끌해지고 목소리 큰 이가 독점하고 수다판으로 변질된다 귀 기울.. 더보기
푸바오의 귀환 판다 곰은 팔자도 좋다 빈둥빈둥 놀고 먹어도 사람이 기꺼이 몸종이 되고 천진난만한 외모에 아기 같은 순후함으로 사람과 동물의 벽을 허문다 사람들이 배알하러 줄을 서고 나라의 사절이 되어 파견되니 세계 평화의 전도사가 된다 푸바오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연정을 맺고 제 고향으로 귀환하는 속 깊은 사연이 있구나 그래그래 하도 귀하신 몸이라 제 짝을 맺기 위한 것이로구나 먼 나라의 배우자를 만나 평생해로 하기를 굿바이 푸바오! 더보기
죽림일우 죽림칠현의 고사가 있다는데 우리 집 뒤에도 죽림이 무성하지만 나는 감히 현자의 발뒷꿈치에도 들지 못하니 '그래^ 죽림일우(竹林一愚)라고 하자 껄껄' 옛날에는 초야에서 은거하기가 용이했지만 요즘은 엄밀한 의미로 초야가 있을 수 없다 칠현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전파라던가 SNS 같은 기이한 것들이 대나무 가지 사이로 파고드니 말이다 죽림칠현을 현실도피자라고도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만한 일은 아니다 항거하기 어려운 현실에 적절히 거리를 두면서 신변을 보호하며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행동하는 양심'을 주장하며 현실 정치에 참여를 종용하는 논리도 있지만 그것은 권장 수준인 것이다 말과 행동으로 반대를 하지 않아도 침묵의 저항이 있을 수 있으며 직접적인 정치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 더보기
선수와 인성-손흥민과 이강인 온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아시안컵 축구의 졸전의 원인이 선수들 간의 내부 갈등으로 밝혀져 충격과 분노로 떠들썩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문제가 된 경기를 보며 분노와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필시 무슨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었다 며칠 후에 밝혀졌지만 촉망받는 어린 축구 선수의 하극상 논란과 월드 스타인 주장 선수의 심적 고통과 포용이 세계의 축구계에 화제가 되는 판이다 선수들은 오로지 승패를 겨누는 전사와 같아서 투쟁력이나 투쟁기술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임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월드 스타가 되어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생애를 건 도전을 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선수로서 양성되어 일반적 교육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부터 유학을 하며 축구에 배팅을 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싸잡아 비.. 더보기
나이를 먹고 설에 먹는 것은 떡국만이 아니다 우리는 먹는 것을 좋아하여 온갖 것들이 먹거리다 나이를 먹고, 욕을 먹고, 귀가 먹고, 맞먹고, 애를 먹고, 골을 먹고, 꿀밤을 먹고, 마음을 먹고.......... 산다는 것은 모두 먹거리다 먹는 것은 몸으로 겪는 것이고 체화하는 것이다 오늘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날이다 내 몸에 차곡차곡 나이가 쌓여 연륜이 되니 즐겁고 기쁜 날이 아니랴 더보기
쓸쓸한 명절 설날을 학수고대하던 어린 시절이 한없이 부럽고 되돌아오지 않는 추억이라 아쉽고 허전하다 설 치레라고 고작 옷 한 벌과 운동화 한 켤레만으로도 행복했던 소박함이 그립다 만사를 제쳐두고 명절에는 당연히 귀향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속박으로 여기지 않았던 착한 심성도 그립다 설이라고 올 사람도 없고 음식을 만들지도 않고 설렁한 분위기라 쓴 웃음만 나온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예전에 비해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시대가 많이 변했어'라며 볼멘 소리를 한다 더보기
축구 - 전사들의 사투 연일 축구 경기를 보느라 수면이 고르지 못하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관점에서 벗어나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사유의 폭이 넓어지고 재미도, 배우고 느끼는 점도 훨씬 더 많아진다 이 단체 경기를 보며 인간의 본성을 유추해 보기도 한다 집단 간의 저 치열한 투쟁 정신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소속 집단의 존립과 명예를 위해 몸을 던져 부딪치고 온 몸을 방패로 삼는 외적 방위군, 견고한 빚장을 뚫기 위해 특별 임무를 띤 공격수를 조직적으로 가동한다 선수들은 이미 전사가 되어 두 경우의 수 밖에 없는 승리와 패배의 운명적 기로에 놓인다 이미 경기를 넘어 전쟁의 상징이기에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관중이 아니라 운명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마치 공동체가 생존이냐 복속이냐를 결정짓는 문제처럼 폭발성을 갖는다 그렇게 부추기는 .. 더보기
입춘에 입춘이라며 새 해가 시작되는 첫 절기를 기념하는 사람들이다 길상을 빌며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비는 글들을 서로 전하기도 한다 봄이 온다는 전갈은 기다림으로 두 손을 모으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폭풍한설 휘몰아치는 광야에서 정처없이 오가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꿈 꾸며 기다리기에 봄은 희망이며 더욱 절실한 이들에게는 갈망이다 삶은 늘상 뜻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누구에게도 실패와 좌절의 암굴에서 희망의 불씨들을 지펴야 한다 봄은 생동하는 님이요 여인이다 잉태하는 가임의 처녀다 겨우 내 인고로 황폐한 가지에 움을 돋게 하는 기운이다 그 작은 움이 트고 자라게 하고 잎이 돋게 하는 약동하는 사랑이다 대지의 봄은 아직 태동하는 중이라 그 기운은 미동에 있어 여간 섬세하지 않고서는 감각하기 쉽지 않다 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