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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천궁이 지천으로 핀 야산 궁궁이가 질펀하게 하얀 꽃을 피운 야산에서 한 그루에서 몇 개의 가지가 나오는지, 한 가지에서 몇 송이의 꽃이 피는지, 한 송이에서 몇 장의 꽃잎이 피어나는지를 유심히 보다가 ....... 꽃은 저마다 어떤 향기로 피어나는지 코를 대어보다가 지천으로 피어 한 마을을 이루는 까닭을 생각.. 더보기
만추의 수채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더 이상 생명의 젖이 되지 못하는 비를 맞으며 젖은 잎들이 시큰둥하다. 생명의 젖이 되어 대지를 양육하던 비가 계절이 교차하는 간이역의 이별이 된다. 비가 연신 내리는 중에도 산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는다. 불이야! 불! 앞 산에 불이 붙었다. 군데군.. 더보기
가을의 소리(秋聲) 올해는 가을의 풍경을 접할 기회가 적다. 탈이 난 몸을 돌보느라 안강의 좁은 아파트에 머무르는 날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業인 거지 뭐.” 좋던 싫던 받아들이고 보듬어야 할 내 삶의 역사의 한 순간들이다. 잃어버린 듯한 가을을 보상 받기라도 하듯이 서화첩의 그림 한 점에 .. 더보기
유홍초와 사랑 유홍초 덩굴이 차츰 마른다. 매달아 준 고무줄을 칭칭 감으며 분출하는 생명력을 과시하던 한여름의 꿈은 이제 허망한 꿈이 되는 것이지...... 까만 씨앗들을 마지막 까지 줄줄이 매달고 있다. 연약한 몸통에 실뿌리를 화분에 옮기며 부엽토를 섞고 물을 주고 사랑의 눈길로 자라던 작은 .. 더보기
감국향을 훔치다 앙증스러운 샛노란 감국이 10월의 마지막 뜰을 물들인다. 이 만추는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구나. 이 향기로운 계절에 서 있는 나는 복되구나. 조석으로 차가운 기운이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산중에서도 감국은 꿋꿋한 자태를 잃지 않고 그 향기는 변하지 않는다. 오상고절(傲霜孤節)의 기.. 더보기
만추의 뜰 2주만에 찾아온 집이 스산한 풍경 아래 핼쓱해진 표정이다. 앞산은 골골마다 만산홍엽으로 불타고 마지막 단풍놀이에 취한 대절 버스는 비틀거리며 고성방가를 한다. 호박 잎은 서리를 맞아 소금에 절인 생선처럼 시들었고 잔디는 부황 든 얼굴에 푸르던 생기를 잃고 서서히 몸을 눕힌다.. 더보기
9월의 뜰에서 한적하다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상투적으로 인지하거나 감각하는 경향이 있다. 덕유산은 높이가 00m이며 남한에서 몇 번째로 높은 산이고 몇 개의 도에 걸쳐 있는 산이라는 몇 가지 기준으로만 바라보고는 덕유산을 잘 알고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꼭대기에 올라서 정복자의 쾌감을 누리고 그 경험.. 더보기
앙증맞은 화분들 앞에서 앙증맞은 화분 앞에서 내 많은 일상이 흐른다. 저 작은 것들이 나를 고요함으로 인도하여 우주적 의식을 찾게 하는 가이드, 꽃의 정령들이다. 제각기 다양한 성질과 형태와 색채로 꽃을 피우는 이 모든 것들은 있는 그대로가 자체로 아름답고 좋다. 더 이상 보충하거나 부족한 상태가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