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붓꽃 - 바라보고서도 모른다 사람들은 안다고 한다. 저 붓 안에 화려한 꽃잎이 돌돌 감겨 있는 것이라며 그 색과 무늬와 형상이 지극한 아름다움이란 것을 그러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기적이 제 눈 앞에 펼쳐진 것임을 기적이 늘상 우리 곁에 함께 하고 있음을 사람들은 잘 안다. 저 아름다운 꽃잎이 며칠 후에는 눈.. 더보기
단풍나무 그늘 아래서 흰나비 한 마리가 유연자적(悠然自適)한 뒷뜰에 그늘이 진다. 단풍나무 잔가지마다 매단 촘촘한 잎들이 만든 그늘막은 사통팔달이다. 스쳐가던 바람들이 힐끗 바라보며 잠시 머물다 간다. 으아리꽃이 떠난 자리에는 꽃실들이 서로를 동그랗게 말고 지난 시절을 회상한다. 좀씀바퀴는 가.. 더보기
등나무꽃 등나무 연보라 꽃이 활짝 피어난다. 엉덩이까지 치렁치렁 늘어진 땋은 댕기머리처럼. 저 격정의 사랑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오로지 애욕에 눈이 멀어 덩굴손 뻗어 포옹하는가. 집착이 병이 되어 멀건 대낮에도 저리 엉켜 뒹구는가. 등나무 엉킨 쉼터에 연보라 그늘이 지면 사람들아. 이.. 더보기
블라인드를 올리며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남쪽으로 난 창문의 블라인드를 올린다. 엊그제도 어제도 그랬던 것이지만 오늘은 색다른 생각으로 천천히 블라인드를 올린다. 익숙한 일상에서 낯설게 대하며 느닷없는 생각을 한다. 과연 계절의 여왕이란 호칭을 받을만한 5월의 산야는 싱그럽다. 하루가 다르게.. 더보기
으아리의 향연 - 펜스를 설치하다 사나흘 전에 우리 집을 찾은 친구 부부는 으아리 개화 소식을 전했다. 드디어 우리 집에도 으아리가 오늘 처음으로 꽃의 문을 연다. 처음으로 눈을 뜬 꽃을 내가 제일 먼저 반긴다. 꽃망울을 맺을 때부터 기다리던 그 순간이 오늘 이 순간이다. 찬바람 매서운 겨울의 언 땅에서도 잊지 못.. 더보기
선묵유거의 문 - 서기집문(瑞氣集門) 일전에 구상했던 대문을 만들려고 한다. 튼튼하고 화려한 기성 제작된 주물로 된 문보다는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문을 만들어 보고 싶다. 좀 허름해도, 어딘가 엉성해도,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문이라야 한다. 대문의 기둥은 75mm 사각 아연강을 시멘트 바닥에 앵커로 고정하고 동일한 .. 더보기
굽은 소나무 아래서 고사리를 꺾는 산행길, 굽은 소나무 아래에서 급비탈을 오르다 거칠어진 숨을 가라 앉힌다. 산은 적나라하게 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새 가지를 위해 스스로 툭툭 부러진 바싹 마른 솔가지와 멋돼지가 헤집어 놓은 솔가리 더미들이 헝클어진 채 어수선하다. 지난 겨울의 황량한 바람에 .. 더보기
처마를 달아내다 - 사각아연강과 렉산으로 주택 뒷편의 처마를 길게 달아내고 있다. 처마가 짧아서 빗물이 들이치는 통에 쓸모있는 공간으로 활용하지 못하던 곳이다. 사각강을 지주로 세우고 지붕 골재로 사각강을 대고 렉산을 덮는다. 장독들이 옹기종기 서 있고 너저분한 살림들이 가지런히 정리되고 적절한 공간을 아껴서 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