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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수영장에서 - 동심으로 돌아가다 나는 어린 시절에는 농산리 (용수막) 앞 시냇가인 장뜰과 기연들에서 목욕을 했었다. 큰 바위 아래 한 길 남짓한 소가 있고 비가 내린 후에는 적당하게 물살이 있어 재미가 있었다. 실컷 놀다가 입술이 새파래지면 볕에 달구어진 바위에 몸을 밀착시켜 몸을 데우곤 했다. 쑥을 말려서 찧은.. 더보기
능소화가 처음처럼 피어나는데 꽃이 핀다. 제 이름조차 모르는 꽃 서너 송이가 순진한 마음을 열고 무구(無垢)한 눈으로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이 뜰을 바라본다. 무수한 꽃을 달고 한 시절을 구가(謳歌)하던 예전의 그 나무, 그 가지에서 피어나지만 처음처럼 피어난다 존재의 희열을 찬미하는 합환의 가무! 누가 저 언.. 더보기
감국 심기 -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북상면 자치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북상면의 가가호호마다 감국 10포기를 나누어 주었는데 받았느냐고/ 아직 못받았다고 하니까/그러면 두 판을 가져가라고/ 집집마다 국화를 키우고 나중에는 국화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나누어 준다니 멋진 생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더보기
키작은달맞이꽃 샛노란 키작은달맞이꽃이 군데군데 피어난다. 집 한 켠 외진 곳에도, 구석진 곳에도, 척박한 곳에도 노오란 웃음처럼 피어나자 파문일듯이 번져 나간다. 살 곳을 찾아 북만주 차가운 대륙으로 이주하던 홑바지의 작고 야무진 절박한 조선인들이 억척 같은 생명력으로 버티고 섰다. 키박.. 더보기
초롱꽃 - 궁륭으로 가는 우주 여행 초롱꽃 가지마다 초롱을 몇 개씩 달고 있다. 초롱꽃의 향기와 달콤한 꿀의 유혹에 빠진 벌 한 마리가 방금 그 안으로 들어간다. 하늘 기둥에서 샘솟는 은총인지 유혹인지...... 벌이 아닌 내가 어찌 그 강열한 유혹을 제대로 알리오? 나는 이 평화롭고 풍성한 낙원의 침입자가 되지 않으려.. 더보기
뻐꾹새 울음 뻐꾹/뻐꾹/뻐국 노오란 꽃술을 사방으로 늘어뜨린 밤나무 너머 저 어딘가에서 들리는 뻐꾹새 소리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애틋한 그리움이다.. 영아(嬰兒) 시절, 10년을 기다려 출산한 부모가 내 눈동자 속으로 첨벙첨벙 걸어들어 오며 말을 걸던 최초의 속삭임. 소년 시절, 학습 동기를.. 더보기
빈뜰에 내려 앉은 어치 오래된 연못에 개구리 한 마리 퐁당 뛰어들듯 빈 뜰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참 동안의 적요(寂寥)를 깨트린다. 빈 뜰에 포르르 잔디밭에 내려앉는 어치 한 마리 적갈색 머리칼에 희고 검은 꽁지, 날개 덮깃에 푸른 망토를 두르고 흰색과 검은색으로 멋을 낸 산까치다. 어치가 앉는 가지는 모.. 더보기
분경 - 마음을 비우며 고요해지며 길다란 화분에 이런저런 작은 초목류를 들여다 보고 손질하며 마음을 비우고 고요해지려고 한다. 그러는 사이에 내 등 뒤로 해 그림자가 길어져 간다. 오늘은 새 분경이 하나 만들어진다. 이로써 오늘이 더욱 새로워진다. 굴러 다니는 와편 두 조각을 세우고 한쪽 귀퉁이에서 소외 당하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