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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설날의 추억(4) - 지신 밟기(1) 53년 뱀띠로 시골에서 태어난 내 어린 시절의 풍경들이 눈에 선하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의 첨병인 육바리 재무시(GMC)가 신작로에 행차를 할 때는 위세 등등한 먼지가 일었고 자갈들이 튀었다. 한가한 도로에 어쩌다 자동차 두 세대가 붙어서 가면 동네 꼬마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박수.. 더보기
설날의 추억(3) - 귀향의 길 섣달 그믐 쯤이면 세상의 길이란 길은 일방통행로가 된다. 부모님 계시는 고향으로의 귀로다. 돌아갈 곳이 있기에 아무리 힘들고 바쁜 세상이라지만 희망이 있다. 돌아오는 이를 기다려 주는 부모와 일가친척은 객고(客苦)를 토닥이는 위로의 손길이다. 그 마음의 본향을 찾아가는 길은 .. 더보기
설날의 추억(2) - 해맞이와 색동저고리 설날은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태양태음력을 쓰는 우리는 음력 정월 초하룻날이 민족의 최대 명절이 되었다. 찬란하게 해 뜨는 영일(迎日) 길목마다 온통 송구영신(送舊迎新)의 행열이 희망에 부푼다. 해맞이는 태양을 숭배하던 아득한 과거의 집단 경험이 잠재된 무의식의 표출인지도.. 더보기
설날의 추억(1) - 기다림, 인내, 절제에서 누리는 환희 설은 기다림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축제였다. 지긋이 인내하지 못하는 유년시절인지라 그 간절한 기다림은 손가락을 하나씩 줄여나가며 마침내 실현되는 인고(忍苦)의 과정이었다. 아무리 궁핍한 시절이었지만 소박한 설치레의 욕망은 더욱 간절하였으리라. 세전(歲前) 보름부터 형성되.. 더보기
풍차여 돌아라(2) - 영덕풍력발전소 탐방기 운동으로 생명의 들숨과 날숨을 쉬는 바람이여! 머무르지 않고 끝없이 달려가는 격정의 바람이여! 네 미세혈관에 흐르는 모든 기운을 단전에 모아다오. 이제야 필생의 숙업을 찾았으니 혼신의 힘을 쏟아다오. 원시와 첨단의 만남, 자연과 문명의 결합은 달콤하다. 야생의 순치는 풍요롭.. 더보기
풍차여 돌아라(1) - 영덕풍력발전소 탐방기 영덕의 창포리 언덕에는 원시의 바람, 야생의 바람이 분다. 문명과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순치되지 않은 야생마들이 거친 콧김을 내뱉으며 무한 질주한다. 잠잠하던 바다를 흔들어 깨우던 거대한 힘이 쇄도한다. 수평선 너머에서 질주하던 본능이 해안의 단애(斷崖)를 깎아 세우더니.. 더보기
눕지 않는 나무(2) 허리를 곧추세운 균형과 조화의 발레리나! 천변만화의 율동이 균형을 이루는 발레리나의 토슈즈. 태산을 흔들어 메다꽂는 천하장사의 종아리. 줄기와 뿌리에 뻗은 천의 가지, 만의 잎들을 꼿꼿이 받치는 뿌리의 천의 가지, 만의 잔가지. 천상으로 뻗어가는 육신을 지탱하는 지하의 균형.. 더보기
눕지 않는 나무(1) 겨울의 뜰은 황야다. 동토에 휘몰아치는 바람에 나무들은 헐벗은 채 꿋꿋하다. 한 시절의 푸르던 추억을 반추하는 낙엽들이 바짝 말라 부서지며 空으로 회귀한다. 나무들은 잔가지에 매단 움막 안에서 파르르 떨며 이 겨울을 날고 있다. 동안거(冬安居)에 든 수행자! 아직 눈 못 뜬 새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