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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아내의 돋보기 아내의 돋보기 눈을 뜨지 않아도 행복은 머리맡에 햇살처럼 퍼진다 팔 펴면 닿을 거리에 속삭임이 응답하는 거리에 그녀가 틀림없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은 눈을 뜨지 않아도 행복이 온 방에 질펀하다 돋보기를 낀 아내의 책장 넘기는 소리에 늦잠이 깨기 때문이다. 돋보기 너머 .. 더보기
벌초 벌 초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하러 가자는 기별을 받고 나는 비로소 진양 정가 은열공파 후손이 된다. 잔주름이 갈수록 늘어나는 족보 한 켠에 열병하는 군인처럼 부대별로 줄을 서 있던 아직은 이승에 있는 내 이름 두자에 부역 통지가 징집 명령처럼 당당하다. 도로변에 목을 늘인 채 수.. 더보기
진순이와의 이별 진순이 나는 문 안에서 그윽한 눈으로 너를 바라보고 너는 문 밖에서 기대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우리 사이엔 미닫이 문턱이 막고 있다 너를 가장 너답게 하기 위한 선 네가 철든 후 한 번도 넘지 않았던 선 너와 나의 운명이 정한 경계선 밤마다 우리는 다른 쪽에서 잔다 네 땅에서 .. 더보기
鄭庸 義士를 기리며 天地人 共怒한 저들의 임진년 만행에 農山村 義人의 부릅뜬 눈으로 怒濤 같은 義憤을 움켜 쥔 주먹으로 지샌 밤이 어디 며칠이랴. 國祿의 빚이라도 있거나 孑孑單身이었거나 이름 석자 떨칠 豪氣로운 영웅이었더라면 가야할 십자가 외길에서 머뭇거리지나 않았으련만 조카 둘 데리고 동지들과 규합.. 더보기
위대한 손 전원 생활로의 삶의 반전 서산에 해가 한참이나 남은 오십 중반에 교직을 퇴직하고 낙향하여 전원생활을 한지 세 해가 되어간다. 가만히 돌아보면 퇴직은 내 삶의 극적인 반전을 가져온 일생의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30년간의 직업생활에서 은퇴 생활로,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 .. 더보기
결혼식장 스케치 예식장에 가는 이들은 저마다 희한한 매듭 하나씩 차고 나비 문양에 당초무늬 노리개 패들 모여라. 국화 문양에 십장생 오방낭 패들 모여라. 반갑네. 잘 사는가. 우리는 한 패라네 다짐하면서....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까르르... 오늘은 또 하나의 인연의 매듭이 짜여진다. 저봐라. 보름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