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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인연의 방주(2) 예전에 읽은 불교학 개론의 기억들이 너덜너덜해져서 緣起法經연기법경의 지혜를 구하며 무릎을 꿇는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은 연기의 이법! 연기가 어찌 불교 신자들만의 세계관이고 인생관이랴! 여기에는 특정한 종교 교리, 한 성인의 가르침을 초월한 절대적 진.. 더보기
인연의 방주(1) 銀婚의 方舟(은혼의 방주) 나는 因인이 되고 당신은 緣연이 되어 강에 청실홍실 수놓은 방주 하나 띄우고 노를 젓고 상앗대를 밀던 홍안의 두 사공 샛강에서 발라드 같은 속삭임으로 키우던 꿈이 때론 거친 여울살에 비틀거리다 한숨을 토하며 통과의례처럼 스쳐온 숱한 포구들을 지나 .. 더보기
월이의 강강수월래(7) 이 고을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강술래 민속놀이가 큰 잔치와 함께 열리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다른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월이도 이번 보름에는 처음으로 고운 분을 발랐다. 이번 보름에 바르려고 고이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달 떠 온다 달 떠 온다 강강수월래 우리 마을.. 더보기
월이의 강강수월래(6) 달이는 차츰 자신에게서 달이 뜨고 있다는 직감을 가졌다. 그것은 젖가슴이 봉긋이 솟아 오르면서 부터였다. 게다가 몇 년 전에 첫 달거리에 얼마나 당황하고 했었는지 모른다. 자신이 바다와 같아서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달거리를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여겼다. 아! 그 비릿한 바다 .. 더보기
월이의 강강수월래(5) 월이는 요즘 들어 하루 하루 변하는 달의 모습과 달이 뜨는 시간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어머니에게서 어렴풋이 들은 기억을 떠올리거나 선돌레님께 물어보며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양을 사모한 지구는 시간의 황금 마차를 타고 태양의 주위를 돌아간단다. 무.. 더보기
월이의 강강수월래(4) 어떤 권력자도 부자도 독점할 수 없게 달을 하늘 높이 걸어두고 大慈大悲대자대비로 온 세상을 구석구석 비추는 것을 볼 때마다 월이는 조물주가 참으로 위대하고 선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잃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등대처럼 희망의 빛으로 세파의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는 .. 더보기
월이의 강강수월래(3) 아! 오늘따라 달이 따뜻해 보이는구려. 저 달님은 제가 지치고 아프고 슬플 때마다 제 곁을 지켜준 어머니요, 연인이었답니다. 말없이 은은한 빛으로 저를 지켜보며 등을 토닥여 주고 안아주었답니다. 저는 달님께 응답하고 싶었지요. 응석으로 투정으로 고백으로 제 마음이 전해지다가 .. 더보기
월이의 강강수월래(2) 월이는 장독대 앞에 촛불을 밝히고 정안수를 떠놓기 시작했다. 수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랬듯이 매년 이맘 때마다 해 오던 習俗습속이었다. 연중 가장 밝은 달을 지극한 정성으로 품으면 소원 하나를 天地神明천지신명께서 이루어주신단다. 달빛을 머금은 미소로 일러 주던 어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