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에서 서상가는 재를 넘어서 비탈길을
물이 흐르듯 아래로 아래로 흐르다 보면
남덕유 高山峻嶺 한 오아시스에 닿으리라.
靈山의 정기받은 천갈래 골짜기의 물길이 모여드는 곳
덕유산 자비로운 등을 타고 내려와
포근한 가슴, 늑골 사이로 구도하듯 흐르다
가쁜 숨 삭이며 머물다 가려는가
교묘하고 경탄(驚歎)스럽구나 하나가 어떻게 넷이 되며 넷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 이 신비를 알려면 서상 호수로 가라.
서상 저수지에 가면 첫째 호수에서 신령님이 불쑥 물 위에 솟구쳐 올라 숨바꼭질을 하자며 요술을 부린다. (아무에게나 걸지는 않고 풍류가 넘치는 이에게만) 그 큰 호수를 얄개가 호주머니에 군밤 감추듯 하는 신기한 재주를 한 순간에 펼쳐 보이며 수면 위로 홀연 솟구쳐 오르는데 하도 신기하고 묘해서 얼이 빠질 지경이었아. 그것도 네 차례나......
몇 차례나 찾아가 비밀을 알아냈는데
산신령님 둘이서 마주 앉아 호숫가에 발을 담그고
다리빼기 놀이를 했더란다.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손으로 서로의 다리를 번갈아 짚아가며
이걸이저걸이각걸이/ 창두망간두망간/
사바리꽂고 담밧구/연지총에 열두냥/
서울양반 두양반/도리도리 장두칼/
상투머리가 사-량
저쪽 신령님 가랭이 사이에
이쪽 신령님 다리 하나 끼우고
이쪽 신령님 가랭이 사이에
저쪽 신령님 다리 하나를 끼우니
오호라. 이 짜릿한 쾌감이여.
포옹을 어찌 팔로만 하는 것이더냐.
서로 상대의 다리를 힘껏 안쪽으로 당기니
서로 웃음꽃이 피어나고 和氣가 넘치는구나.
이 신비를 보려고 천하의 산들이 이리로 몰려오고
사방 팔방에 산들이 발돋움하며 쭈-욱 고개를 빼들고
굽어보는 저수지의 전설을 나는 들었네.
'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갓집 가는 길 (0) | 2013.12.11 |
---|---|
서상으로 걸으며 (0) | 2013.12.10 |
심소정 (0) | 2013.12.10 |
길을 걸으며 (0) | 2013.12.03 |
동계선생의 발자국을 따라 (0) | 2013.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