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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서상으로 걸으며

  

어제 걸었던 발자국 끝에다 오늘 첫 발자국을 잇는다.

발자국을 연결하여 원학골에서 화림골, 심진골을

들러 집으로 오는 일도 멋지리라.


 

영남제일의 洞天 안의삼동을 걸어서 왕복하는

풍류객이 되고 싶은 충동이 솟구친다.

“저 이는 별 쓸데없는 일에 올인을 하는 괴짜라고.”

독백을 하며 이어폰을 목에 두른다.

 

   

 

 

 

 

 

발걸음이 많이 가벼워진다.

두 다리가 엄살을 피울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에 발걸음도 흥을 돋운다.

 

 

 

 

 

 

그림자가 잘도 따라 붙는다.

나는 서서 가고 녀석은 길바닥에 누워서 간다.

 

어떤 길에서는 앞서서 걷다가 어떤 길에서는 뒤를 졸졸 따라 붙고

또 어떤 길에서는 옆에서 팔짱을 끼고

앞서서 걷는 그림자 등이 수척해지면 따뜻이 위로해 주고

옆에서 걸을 때는 다정한 연인이 된다.

 

내가 쓸쓸한 걸음을 걷자

등 뒤에서 부드러운 손길로 어깨를 토닥이는 그림자다.

홀로 걸으려 한 때나마 성가신 존재로 여겼던 것을 계면쩍어 한다.

 

순간 달빛 아래 독작을 들며 시를 읊는 이 백 주선의 싯귀가 생각난다.


달과 그림자와 자신, 이렇게 셋이서 술을 마신다는.....


고독의 길에서는 그림자도 좋은 동행이 되는가 보다.

 

 

 

 

여러 마을을  지날 때마다 옷깃을 여민다.

나는 한 순간 스쳐가는 나그네지만

마을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선인들이 살다간 역사와 풍습과 문화가

끈끈하게 살아있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흘낏 바라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스스로에게 내리는 警句다.

 

외형으로 보이는 넓이, 가옥, 전답, 가구수 같은 경제적 기준으로

마을을 평가하는 무례한 나그네가 되어서는 안될 일이리라.

마을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미풍양속을 배우는 자세로

은자들의 행적을 보고 배우는 자세로

낯선 이들을 내 이웃으로 공경하는 자세로

몸을 낮추어야 하리라.

 

 

 

 

 

요즈음 발걸음에 탄력이 붙는다.

어디로 특별히 가기 위한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고 싶은 것인다.

풍광이 좋은 곳에서는 머물고

걸음은 리듬을 타고 가야 하리.

 

 

 

 

아름다운 우리 강산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로구나.

조상들이 살다가 뼈를 묻은 곳

우리가 살다가 죽어서 묻혀야 할 곳

우리 후손들이 세세대대로 살아가야 할 후손들의 땅

이 땅은 영원한 민족의 생명력인 것을.......

 

땅을 걸으며 땅의 맥박을 받아들이고

그 생동하는 기운을 느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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