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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세기적 퍼포먼스 백남준은 남들이 감히 상상도 못하는 일을 벌이는 모험적 천재요 예술적 테러리스트요 몸으로 공연하는 전위적 행위예술가다 1998년 그가 택한 무대는 백악관 만찬장이었으며 조연은 미국 대통령 부부와 고위급 인사들 관람객은 의장대원들이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이 악수를 하려고 하자 일어서며 허리띠 없는 바지가 아래로 흘러내렸고 속옷을 입지 않아 남자의 알몸이 노출되는(알 몸을 노출하는) 짧은 퍼포먼스였다 우연이 빚은 실수인지 의도된 행위인지 백남준은 끝내 함구했고 많은 사람들이 세기적인 퍼포먼스었다고 천재의 해학에 통쾌한 박수를 보냈다 더보기
공 한 개의 놀이 문화 아시아 동네의 축구 선수들이 나라별로 환희와 절망이 교차하는 아시안컵 겅기가 진행 중이다 연일 선수들이 경쟁하며 소속국가를 위해 전사처럼 헌신하는 모습이 때로는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승패라는 구조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면 축구라는 스포츠의 색다른 재미와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나라가 당연히 자국이겠지만 승부에서 진다하더라도 승패를 초월한다면 많은 것을 누리고 배울 수 있다 어느 나라 누구의 발리슛은 참 멋졌어 전패를 했지만 어느 나라는 놀랄만한 발전을 이루었군 축구와 국력의 디커플링이 매우 흥미가 있어 미래에 촉망받을 선수 열 명은 누구일까 승패의 구조는 극히 단조로운 이분법에 기초한다 한 쪽이 이기면 상대는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경기는 승리가 목표지만 한 차원 넘어설 수 있으면.. 더보기
무괴아심을 새기며 무괴아심(無愧我心)은 외종 아우의 신념을 함축하고 있는 글귀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을 것이다 공직자로 평생을 살며 사회에 봉사한 자신의 경구이며 당당한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아우의 집 어느 벽에 오랜 세월동안 걸려 있을 것이다 한 집안의 가훈이 되고 자식들이 부친의 고상한 뜻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더보기
단풍나무를 자르고 창문 앞에 심었던 단풍나무를 자르기로 한 것은 앞산을 조망하는데 방해가 되어서다 내가 심고 내가 잘랐으니 변덕이요 무자비의 부덕이다 심을 땐 언제고 필요에 따라 잘라버리는 이 존재의 가벼움을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굳이 변명을 늘어 놓는다면 나무가 크고 무성해져 시야를 가린다는 점과 옮기려니 너무 힘든다는 점이다 잘린 밑둥치가 나를 노려보며 원 망을 하는듯 하다 주돈이가 집안의 잡초를 방치해 연유를 물었더니 "내 뜻과 같기 때문이다"고 한 고사가 떠오른다 그 말을 화두로 삼았던 정호는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면 그것은 불인(不仁)이라는 의서의 귀절을 발견하고 깨우침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주돈이는 잡초까지도 자기 몸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여 차마 자를 수 없었던 성인의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어진 사람.. 더보기
어떤 트레킹 이라며 내 나름대로 이름을 붙인다 그냥 등산이라는 밋밋한 표현보다는 트레킹이라고 하고 산 이름과 도로를 구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내 일상의 한 부분을 조명하고 품격을 높인다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만들어진 습관이다 트레킹은 심신 수련을 위해 산이나 계곡 따위를 다니는 도보 여행을 말한다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로, 하루에 15~20킬로미터 정도 걸으며 야영 생활을 하는 형태라고 한다 집에서 7km만 이동을 하면 금원산 수목원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계곡의 청정수가 암반 위를 흐르며 만들어내는 폭포, 엄청난 규모의 야생화 동산, 숙박시설 등을 만들어 놓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여행이나 힐링지로 좋은 곳이다 나는 수목원에 또 다른 매력을 찾아낸다 금원산의 임도를 따라 걷는 것인데 시.. 더보기
황태 덕장 어느 황태 덕장의 풍경이란다 줄줄이 묶인 포로들 백설에 눈이 가린 채 꿈꾸는 중이다 무리들끼리 어울려 마음껏 노닐던 전생의 바다를 엄동설한에 얼고 녹으며 쫄깃쫄깃한 살점 죄다 내어주고 본향으로.돌아가려 한다 더보기
야생과 애완 사이 어린 고라니 한 마리가 눈 쌓인 산에서 뛰어놀다가 나를 보고는 놀라서 피하는데...... 저만치 뛰어가데니 습관적으로 멈추어 서서 확인을 한다 나도 모든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본다 30여 미터쯤 되겠다 야생과 애완 사이의 안전 거리! 더보기
축구의 역설 모든 운동 경기는 신체의 조화로운 발달을 목적으로 하는데 개별 종목에 따라 특정 기관을 많이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게 한다 빠르게 달리는데는 당연히 다리가 유리하고 정교하게 다루는데는 손이 유리하다 그런데 축구의 경우 주목할 점이 있다 손과 팔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칙이다 가장 감각이 정교한 기관만을 금지하는 희한한 운동이다 발과 다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손과 팔은 더 빠르고 더 자유롭다 농구, 배구, 권투 같은 종목이 이 논리를 뒷받침 해준다 왜 그럴까? 그냥 호기심으로 의문을 품는다 축구의 역설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