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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은혼의 방주 2005년 여름 - 은혼의 方舟 나는 인이 되고 당신은 연이 되어 강에 청실홍실 수놓은 방주 하나 띄우고 노를 젓고 상앗대를 밀던 홍안의 두 사공 샛강에서 발라드 같은 속삭임으로 키우던 꿈이 때론 거친 여울살에 비틀거리다 한숨을 토하며 통과의례처럼 스쳐온 숱한 포구들을 지나 어느덧.. 더보기
아름다운 손, 위대한 손 아름다운 손, 위대한 손 교직을 오십 중반에 퇴직하고 귀향하여 전원생활을 한지 세 해가 되어간다. 가만히 돌아보면 퇴직은 내 삶의 극적인 반전을 가져온 일생의 전환점이었다. 30여년간의 직업생활에서 은퇴 생활로,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 농촌의 전원 생활로, 머리에서 손으로의 삶.. 더보기
사이버랜드 숲의 요정들 사이버랜드 - 새의 요정들이 깃드는 환상의 숲 새장은 외로움과 모순으로 가득 찼네 몇 번의 날갯짓으로도 이르는 피안의 섬 무성한 나뭇가지 그 건반 위를 탭 댄스하며 넘나드는 요정들의 비바체... 발놀림은 아름답다네 부리 - 그 수다쟁이가 조합해 내는 숱한 지저귐을 나뭇잎처럼 주-.. 더보기
촛불 촛 불 꼭두새벽 남산 마애석불 제단이거나 이슥한 밤 독가촌의 단칸방이거나 촛불이 어둠을 밝히는 것만이 아니다. 초에 불이 붙으면 껍데기인 육신에 영혼이 깃들고 격렬한 몸짓, 뜨거운 열정으로 그들의 삶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들은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 뜨거운 아우성은 차라리 .. 더보기
고로쇠 나무 달궁 마을 아지랑이 기지개 켜면 고로쇠 뿌리에 봄의 요정 聖水 내려 피 같은 생명수 전신에 함초롬 젖어 가지 끝에 눈 못 뜬 새 움 깨우리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때이다. 앞 산에도 고로쇠 손목마다 링거줄이 연결되어 있다. 문득 대엿 해 전의 짧은 글 한 편..... 먼지를 털어낸다 . 더보기
뿌리그루 뿌리그루 따가운 햇볕에 삭고 서러운 별빛에 문드러진 한 세월을 풍미하던 영화롭던 궁전 외기둥 내 가벼운 발길질에 툭 나자빠지고 갇혀있던 시간들이 훌훌 털어 버리고 우루루 쏟아진다. 폐허의 큰 법을 향한 순례자 이제서야 제 몸을 눕힌다. 2001. 관솔을 찾으러 다녔었다. 동해안 울.. 더보기
보름달은 하이에나다 보름달은 하이에나다 백주대낮에 뜬 달은 사자의 땅에 사냥 나온 하이에나다. 절대 강자의 식탁을 힐끔거리며 맴도는 모성애는 처절하다. 게걸스럽게 먹이를 삼킨 만삭의 배를 출렁거리며 끼익낄낄 가시덤불로 위장한 굴 속 새끼를 찾아 귀가하는 모습이 보인다. 울컥 울컥 토해낸다 사.. 더보기
대지진 ‘속이 울렁거린다’고 한다. 필시 무슨 연유가 있으려니 해도 모두 시큰둥 입을 다문다. 깊고 넓은 속인줄만 알고 소홀한 한 구석의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 무슨 선천성 속병을 가지고 있는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울컥 치밀어 오른다’고 한다. 가느다란 조짐에 응답이 없어 분통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