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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장을 만들며 퇴비장을 만든다 느닷없이 퇴비장을 만들고 싶은 충동을 부채질한 것은 왕겨다 이전부터 방앗간에서 왕겨를 구입하려고 했으나 물건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 오늘 친구를 통해서 두 포대를 공짜로 얻게 되어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처럼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이 이 일을 하는동안 내내 즐거움이 샘솟듯 한다 한 포에 2천원이 채 안되는 잘 부숙된 농협 퇴비에서 누릴 수 없는 호기심과 기대와 상상의 기쁨이다 그건 타인이 생산한 상품의 결과물이고 이건 내가 생산하는 삶의 과정이다 그건 하나의 공통된 기준으로 매겨지는 것이고 이건 주관적이라 일률적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건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한 노동이고 이건 재미와 상상이 깃드는 놀이인 것이다 시장이 성행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차이가 무시되기 일쑤다.. 더보기
두꺼비와 조우 뒷산에 오른다 마른 솔잎을 담아와 블루베리 밭에 깔아주려는 것이다 솔잎 아래가 촉촉한 게 며칠 전의 비 때문이다 그 촉촉한 낙엽 속에서 두꺼비 한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나온다 아마 많이 놀랐을 것이고 혹시 화를 당할까봐 족을 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하지만 굼뜨기 짝이 없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한참동안 이 녀석을 바라본다 인접한 곳에서 사는 두꺼비라 자주 상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웃인 셈이다 서로가 종은 다르지만 한 지역을 공유하는 생명체로서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다 더보기
사월 초하루에 사월이 시작된다 달력 한 장을 찢어낸다 지난 한 달 31일을 소비한 것처럼 지난 과거로 밀어넣고 새 달을 맞는다 태양력에는 인류의 누적된 지혜가 담겨 있다 태양의 공전과 관련된 지식들만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별로 새로운 시작과 종결을 하도록 하는 실천적 미덕이 담겨있기도 하다 일년을 열 두달로 나누고 한 달을 서른 전후로 나누고 하루를 낮밤 24시간으로 나누는 등의 분할법을 차용한다 영원한 시간을 관리하는 인간의 지혜가 놀랍다 대나무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마디마다 잔 가지들과 잎들이 나오는 방향과 갯수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마디마디로 나누어지는 분할과 전체적 통합이 엄밀한 질서에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새 달, 새 하루가 내 삶의 말랑말랑한 질료가 된다 이제 화목 난로의 연통을 청소하고 밭.. 더보기
개나리 아가씨 고택 돌담 위로 얼굴을 내민 개나리 아가씨 담장 너머로 목을 쭈욱 빼고는 과객과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으며 손을 내민다 춘삼월 호시절에 노란 원피스 차려 입고 흥에 겨우니 그냥 지나친다면 남정네도 아니다 더보기
외종 일손돕기 위천 사마리 외종의 집안 일을 거든다 야외 식탁을 놓는 자리에 댓 평 정도의 기둥과 갈바륨 지붕을 만든다 위천 친구들의 쉼터로 많이 활용될 것이다 내 친구 박목수의 도움을 받고 나도 데모도로 일한다 오전 10시 경에 우박이 쏟아졌는데 알갱이가 작지 않다 봄은 가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걸 시기하고 질투하며 심술을 부린다 더보기
토란 종구 토란 밭을 만드는 때가 되었구나 밭을 뒤엎어 새로워져야 생명을 양육할 수 있다네 밭은 모성을 품기 위해 젖이 잘 나오기 위해 거름을 품으며 기름지고 부드러워진다 때 마침 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시니 그 어미 품에 안길 종구(種球)들 신명에 겹구나 더보기
손흥민 보유국 우리 축구가 태국을 이기고 개선장군들처럼 입국을 한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풍문에 실려오는 뒷 얘기들까지도 미소로 귀를 기울인다 축구 선수들의 로망인 유럽의 빅리그 EPL에 스카웃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며 소포츠 귀족의 경제적 대우와 명예를 누린다 살벌한 경쟁 구도에서 명문 구단 토트넘의 주장으로, 득점 순위는 고공 행진 중이고 조국 대표팀의 주장에다가 역대급 출전 기록과 득점 기록을 갱신 중이다 이제 그는 구단과 조국의 선수만이 아니라 온 세계에 그리고 아시아권에서는 더욱 축구 영웅으로서의 지위가 확고하며 스포츠 우상으로 대우받고 있다 우리 축구의 영웅 손흥민 선수의 미담이 팬들의 엔돌핀을 샘솟게 한다 우리에게 패배한 나라의 축구협회장과 많은 쏘니팬들이 보여준 쏘니에 대한 애정이.. 더보기
돌단풍 돌단풍 뿌리덩이에서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생명의 기운 정수리로 솟구치며 환호성을 지르며 봄을 찬양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