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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 4월의 미의 화신 자목련이 개화하는 중이다 올해는 유난히 꽃송이가 풍성하고 색이 곱고 꽃이 어느 한 구석 찌그러지거나 상한데가 없다 봄의 마술사가 연분홍 천을 연신 뽑아내는데 춤추며 노래하는듯 하다 아직 한 송이도 낙화하지 않고 덜 핀 꽃망울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 고와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탄성이다 4월의 봄이 내세우는 미의 화신이랄까 나는 찬사 한 귀절을 웅얼거린다 봄의 심술쟁이 서리나 강풍들이 기세를 올렸다면 고운 꽃잎이 성할리가 없지 고맙구나 조금만 더 참아주어라 자목련이 스스로 꽃잎을 떨굴 때까지만이라도....... 더보기
지게를 지며 뒷산에 가서 낙엽과 부엽토를 긁어와 퇴비를 만드는 일이 며칠 째 지속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자연적인 농경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좋은 봄날에 자연인답게 일을 하면 즐거움과 보람이 적지 않다 일을 해도 악착 같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놀이처럼 즐기라는 것이 내 생활 철학이다 일의 목표가 돈벌이라면 이건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일은 고역이 되고 거기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소박하고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일의 과정을 즐겨야 한다 오늘은 지게를 지고 가서 마대에 가득 담아와야겠다 몇 해 전에 구입해 놓은 알루미늄 지게가 가볍고 편리하다 '요새 지게질 하는 사람이 어딨냐?'며 웃을 일이기도 하다 지게질을 예전의 농부나 초부(나뭇꾼)들의 노동을 체험하고 추억하는 낭만적인 동기가 있.. 더보기
느닷없는 짓 사용하던 통나무 식탁을 뜰에 내놓았더니 서한당이 소꿉놀이하듯이 배치해 놓는다 이런 느닷없는 짓이 생활과 밀착된 미적 활동이다 더보기
비에 젖은 진달래 진달래 개화 소식을 듣고 뒷산에 오른다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날, 진달래는 온통 젖은 적삼을 여미고 있다 아직도 냉기를 죄다 떨쳐내지 못한 바람에 여윈 몸과 입술이 파르르 떤다 부귀영화를 누리는 꽃들은 화려한 색에 풍성한 풍채, 독특한 모양새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운수가 좋으면 대갓집 뜰에 초대도 받는다 이름이야 곱지만 진달래는 산의 후미진 곳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소박하게 꽃을 피운다 갑남을녀들의 관심과 사랑 따위는 이미 체념한듯 욕심없는 꽃이다 진달래는 풍성하고 화려한 정열보다는 은은하고 소박하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을 정겨움이 묻어난다 더보기
땅두릅을 캐며 땅두릅을 처음으로 수확하는 기쁨이 크다 작년에 처음으로 심었는데 친구와 수승대에서 큰 뿌리 한 포기를 캐내서 여러 포기로 나누어 심은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으로 하는 일은 설렘이 있다 호기심과 기대감은 경험을 부풀게 하는 이스트다 땅에 묻힌 하얀 뿌리 줄기와 지상에 피어난 잎이 마치 땅에서 캔 버섯 같기도 하다 땅을 조금 파내서 칼을 넣어 싹둑 잘라내는데도 또 묻어두면 얼마 후에 올라온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아니.....고작해야 땅두릅 열댓 개를 땄다고 저리 호들갑을 떠는가?'라는 퉁명스런 반응은 상상력이 빈곤한 목석 같은 사람일 것이다 초심의 눈으로 초심의 가슴으로 사물을 대하면 하찮아 보이는 사물이나 일에 작은 기쁨이나 보람 등과 같은 보석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세수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사소하고.. 더보기
퇴비장을 만들며 퇴비장을 만든다 느닷없이 퇴비장을 만들고 싶은 충동을 부채질한 것은 왕겨다 이전부터 방앗간에서 왕겨를 구입하려고 했으나 물건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 오늘 친구를 통해서 두 포대를 공짜로 얻게 되어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처럼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이 이 일을 하는동안 내내 즐거움이 샘솟듯 한다 한 포에 2천원이 채 안되는 잘 부숙된 농협 퇴비에서 누릴 수 없는 호기심과 기대와 상상의 기쁨이다 그건 타인이 생산한 상품의 결과물이고 이건 내가 생산하는 삶의 과정이다 그건 하나의 공통된 기준으로 매겨지는 것이고 이건 주관적이라 일률적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건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한 노동이고 이건 재미와 상상이 깃드는 놀이인 것이다 시장이 성행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차이가 무시되기 일쑤다.. 더보기
두꺼비와 조우 뒷산에 오른다 마른 솔잎을 담아와 블루베리 밭에 깔아주려는 것이다 솔잎 아래가 촉촉한 게 며칠 전의 비 때문이다 그 촉촉한 낙엽 속에서 두꺼비 한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나온다 아마 많이 놀랐을 것이고 혹시 화를 당할까봐 족을 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하지만 굼뜨기 짝이 없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한참동안 이 녀석을 바라본다 인접한 곳에서 사는 두꺼비라 자주 상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웃인 셈이다 서로가 종은 다르지만 한 지역을 공유하는 생명체로서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다 더보기
사월 초하루에 사월이 시작된다 달력 한 장을 찢어낸다 지난 한 달 31일을 소비한 것처럼 지난 과거로 밀어넣고 새 달을 맞는다 태양력에는 인류의 누적된 지혜가 담겨 있다 태양의 공전과 관련된 지식들만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별로 새로운 시작과 종결을 하도록 하는 실천적 미덕이 담겨있기도 하다 일년을 열 두달로 나누고 한 달을 서른 전후로 나누고 하루를 낮밤 24시간으로 나누는 등의 분할법을 차용한다 영원한 시간을 관리하는 인간의 지혜가 놀랍다 대나무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마디마다 잔 가지들과 잎들이 나오는 방향과 갯수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마디마디로 나누어지는 분할과 전체적 통합이 엄밀한 질서에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새 달, 새 하루가 내 삶의 말랑말랑한 질료가 된다 이제 화목 난로의 연통을 청소하고 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