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참나무 원목이 실려오고 참나무 화목 세렉스 3대분이 도착한다 땔감은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필수품목이다 식량과 김치와 장작이 전통사회의 거울나기 3대 필수품이라는 것이 살아보니 공감이 된다 참나무가 화력이 좋아 땔감으로 제일이다 하루에 바싹 마른 장작 한아름으로 훈훈해진 실내에서 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손님이 와도 난롯가에서 대화가 익어가고 홀로 있어도 독서나 음악을 듣다가 스르르 잠들기에도 좋다 이제는 내 근력과 근면함으로 난로용 화목으로 바꾸어야 한다 나무를 잘라서 도끼로 패야 건조가 빨라 화력 좋은 장작이 될 것이다 엔진톱을 점검하고 톱날을 새로 하나 구입해아겠다 한 달은 작업을 해야할 것 같은데 그 과정 또한 즐겁고 운치있는 전원생활의 투박한 맛이다 속살을 드러낸 장작이 몸을 포개며 바람에 뭄을 말리는 .. 더보기
옥수수 탈곡 옥수수 알갱이를 깐다 말을 우회하여 몸통으로부터 분리하는 탈곡을 수공으로 행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아무 관심도 흥미도 없을 그깟 일에 불과한 단순 소박한 일상 하나를 남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즐기는 허심의 유희다 원통형 몸통에 치아처럼 돋아난 알갱이들이 군인들 열병하듯 줄을 서서 촘촘하다 내 이제 어떤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몸소 작업을 할 것이다 양팔, 양손에 딸린 열개의 손가락과 두 눈과 편안한 자세로 앉을 수 있는 엉덩이와 곧추선 척추가 상호 협동, 협응하며 작업을 원활히 수행할 것이다 엄지 손가락의 말단 근육이나 손톱으로 밀거나 당기면 낱알 하나가 밀려서 뽑히며 분리된다 다음은 바로 인접한 알갱이를 공략하여 빈 공간으로 무너뜨리면 된다 길이로 2 ~4열 정도를 길을 내고 다음에는 손으로 잡.. 더보기
가을의 바람꽃 돌담 아래 추명국이 첫 꽃을 피운다 자리 잡은 땅이 돌 투성이에다 비옥하지도 못하고 옹색하여 늘 미안한 마음인데도 강성한 세력으로 많은 꽃대에 꽃망울들을 올려놓고 때를 기다린다 가을바람꽃이란 별명에 멋이 담겨있다 추명국이란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선비의 풍류가 다겨있다 가을을 밝게 하는 국화란 뜻이다 추명국은 꽃이 밝고 발랄한 표정이다 한두 송이 외롭게 피는 게 아니라 일족들이 한데 어울려 오손도손 집단생활을 하는듯 하다 가을은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드는데 추명국이 그런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도 한다 역시 꽃은 땅에서 자라야 해 비좁은 화분에 갇혀서는 강성한 세력으로 번성하기 어렵지 네 자치구를 다른 땅에 하나 더 조성해 주어야겠구나 뜰의 서북쪽, 예전에 개랑머루나무를 심었다 자른 터를 분양하고 싶구.. 더보기
킹스베리 아로니아가 잘 익어 수확을 한다 흑진주처럼 윤기있고 탱글탱글하다 초코베리, 킹스베리라고도 불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무다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을 많이 함유한 건강 장수 식품으로 만병 통치 식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귀한 지위를 추락시킨 게 시장이다 나무가 병충해에 강하고 아무데서도 잘 자라 재배 면적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하다 보니 캐내는 농가가 많아젔다 본래의 가치와 상관없는 파생적 가치가 우위를 점하는 이런 현상은 시장경제의 한계고 문제다 아로니아 열매를 돈으로 둔갑 시키는 이 경제 체제를 당연시 하는 사람들이다 경제적 생산성으로 평가하는 이런 생각은 일반화되어 당연시 한다 이런 생각의 경계 너머에서 사유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수확한 농산물을 얼마짜리라는 식으로 가치매김하지 않는다 천박한 발상이.. 더보기
외꽃버섯은 아직 이르고 비 예보가 있는 흐린 날이라 모처럼 뒷산에 오른다 때는 좀 이르지만 장마철은 버섯이 자라기 좋은 시기라 혹시 외꽃버섯(꾀꼬리버섯)이 나왔나 확인도 할 겸 나선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잦은 장마라 우기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말이 기상 위기 의식을 불러온다 버섯은 속성상 음의 식물이라 비와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이다 버섯은 자연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그러나 수많은 버섯 중에서 인기있고 값비싼 버섯은 소수일 뿐이다 버섯철이 되면 어른들의 화제에 오르는 송이와 능이는 몸값이 꽤 비싸다 시골에서는 몸값 비싼 버섯을 불법으로 채취하여 법적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식용 버섯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다양한 종과 고유한 생김새가 지닌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 만족한다면 버섯 관찰도 산행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이다 오.. 더보기
피아노 소나타- 산책의 동반자 뜰을 거닐 때는 피아노 독주 소나타와 동행을 한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소나타가 마음을 차분히 안정 시키면서 사유에 도움이 된다 소나타는 기악곡을 위한 형식인데 성악이 동반되는 칸타타와 달리 기악만으로 이루어진다 관악기의 쇠소리는 남성의 소리처럼 무겁고 강하여 격정적이고 현악기 소리는 섬세하고 갸날픈 떨림이 여성의 소리처럼 호소력이 있다 피아노 독주의 건반음은 다른 여러 악기의 음이 섞이지 않아 맑고 투명하여 손수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이슬 방울이 낙하하는소리처럼 ...... 단조로움이 가져오는 가볍고 경쾌한 소리가 좋다 음악이 내 산책의 격조를 더 하고 온갖 잡념에 물들지 않게 해 준다 음악 이론도 잘 모르고 노래도 벌로인 내가 소나타의 고객이 되어 받고 있는 혜택은 엄청나다 아름다운 음악이 내 일상을 .. 더보기
전정의 즐거움 우기에 수목들이 제 세상인양 활개를 친다 무한 공급되는 단물을 실컷 빨아들이고는 수관을 통해 많은 가지에 달린 잎들에게 공급하고 하루하루 성장에 여념이 없다 하늘이 빈 까닭은 수목들의 무한한 자유와 번영을 위해서다 어제보다 녹엽은 짙어지고 활기가 넘친다 뜰을 손질할 때가 되었다 양손을 사용하는 전지 가위는 정원이 있는 집의 필수품이다 자연석 석축 사이에 심은 영산홍을 전정하는 일은 전원생활의 상징이고 독특한 기쁨을준다 가꾸고 돌보는 수고를 통해 산뜻한 눈맛을 누리는 일이다 잔가지에서 새 순이 올라와 더벅머리처럼 자란 순이나 잔가지들을 양손 가위로 자르면 나무가 새 모습으로 단장을 한다 들쭉날쭉하던 표면의 매끈한 평면으로 바뀌며 아름다운 면과 선으로 수형을 만든다 초록의 잎들이 우아하게 매스게임을 하듯이 .. 더보기
채송화 꽃 앞에서 꽃이 피는 일은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며 축제로 표현하는 몸짓이다 때란 여러 조건들이 무르익어 가장 최적의 상태에 머무르는 기간이며 그 상태에 이르기 위해 유기적으로 관련된 몇몇 하부 단계를 거치며 달성된다 그 기간은 제각기 다르고 그리 길지 않으며 선천적으로 내장된 프로그램에 따라 결정된다 꽃을 피우는 자기 변신은 이전의 상태를 탈피한 경이로운 변화다 식물들은 아름다운 변신, 황홀한 엑스터시를 체험하며 미의 극치에 이르게 된다 그 이후에 비로소 생애의 다음 과정, 번식을 향한 과정에 착수한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채송화 한 줌이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