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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징크판 디자인 감상 징크판 디자인을 감상한다 철판에 아연을 도금하여 부식을 예방한 획기적인 제품이다 철을 가공하여 얇은 판을 만들고 건축 재료로 사용하니 놀랍다 쇠를 천처럼 얇게 규격화해서 건축물을 입히는 의상처럼 활용하다니........ 쇠는 무겁고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변형이 없다 그러나 산화하여 녹이 스는 단점이 있는데 아연 도금으로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볏짚을 역어서 이엉으로 지붕을 덮거나 흙을 고온에 구워서 기와를 만들어 사용하던 전통의 방식과 비교하면 철제 지붕은 현대적 과학기술의 집적체이고 포스트모던적이다 쇠를 녹여 고르고 얇게 펴서 마치 천이나 나무처럼 지붕재와 같은 외장재로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의문과 소망이 이미 실현된 것이다 두께 0.5mm로 얇게 패널을 만들어 규격화하여 시장에,공급하니 소비자들에게.. 더보기
지붕 위의 남자 지붕에 오르내리며 공사 보조를 한다 평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길 아닌 길이다 사다리를 타고 40도의 경사진 아스팔트싱글 로드를 따라 오르는 지붕의 꼭대기 집 안의 방에 있던 내가 집 밖의 지붕에 올라갔으니 내 영토가 변한다 어느 한 구석에도 평탄한 곳이 없는 경사진 면이다 동화에 심취한 아이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귀를 기울이니 지붕의 속삭임이 들린다 지붕은 산처럼 솟구쳐야 해 그게 지붕의 위엄이자 멋이 아닌가 높이가 없는 지붕은 코가 납작한 못난이와 진배없지 그리고 한옥에서는 팔작이니 맞배니 우작이니 하며 제 꼴을 내세우지만 요즘에는 제 멋대로 하면 되지 건축 소재가 다양하고 기술도 발전하고 취향이 천차만별인 요즘에는 개성적인 형태들이 존중 받지 아암 그렇고 말고...... 물매가 클수록 멋스럽고 .. 더보기
지붕의 골짜기 이 지붕의 후면은 단조로운 맞배지붕의 형태고 전면은 양쪽에 삼각형이 있고 중앙에 비둘기집으로 모양을 낸 작은 삼각형이 있어 세 골짜기가 있다 자! 이제 징크판을 지붕에 얹어보자 제일 먼저 할 일이 뭘까를 내심 궁금히 여기는 것은 호기심 많은 소년의 마음이다 공사 감독이자 속칭 오야지인 친구가 지붕 위에서 명령을 겸한 정겨운 부탁을 한다 "친구야 그 쪽 무더기에 보면 90도가 넘는 둔각형 판 한개 올려줘" 그 때 머리에 와닿는 무언가 알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아하 그렇구나 제일 밑바닥에 까는 판이로구나 지붕에 불룩 돌출한 세 개의 삼각형 산이 있으니 자연히 계곡이 있는 법이다 상선약수라 했거늘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이지 않은가 판 하나가 골짜기가 되어 바닥에 눕는구나 품이 넓고 자애로운 대지의.. 더보기
지붕 수리를 위한 비계 설치 지붕 수리 공사를 시작한다 싱글 지붕 위에다 징크판을 뎦는 일이다 오늘은 읍에 나가 가설자재를 임대해 오고 비계를 설치한다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가설 자재를 조립하는 일이다 중학교 때 같은 반 이었던 친구가 모든 작업을 하고 나는 그저 작업을 보조하는 속칭 데모도다 이런 작업이 재미있고 즐겁다 반생, 신호, 클립, 아시바, 발판 등의 용어도 재미있다 비계를 설치하면서 세계를 개조하기 위한 인간의 지혜에 감탄하며 그 수혜자가 된다 철강을 소재로 규격화하고 구조물을 얽어서 단단히 결합할 수 있는 클립이 기술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볼트를 조이고 푸는 충전 드릴은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구조물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나는 초심자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 작업의 보조자가 된다 오랜 건축 현장의 경.. 더보기
톱날을 세우며 사그락 사그락 두 쇠붙이가 살갗을 맞대며 비비는 소리다 수공 톱의 무디어진 날을 세우는 것인데 더 강한 쇠가 연한 쇠를 연마한다 톱줄의 강한 쇠가 톱의 연한 쇠를 연마하니 유용한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어디 보자 이만하면 되었을까? 톱의 끝에서 자루쪽으로 톱을 들고 한 쪽 눈을 감으며 날의 상태를 예리하게 살펴본다 햇빛의 밝은 조도가 관찰에 도움이 된다 검지 손가락의 촉각으로 날의 상태를 느껴보기도 한다 우리는 대체로 톱으로 작업한 결과물로 평가한다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능률이나 효율에 치중하지 않을 수 없어 일 자체의 보람과 즐거움으로부터 소외되기 쉽다 진정으로 일을 즐기려면 결과물을 생산하는 과정을 돌아보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소중하다고 여긴다 큰 목수는 연장을 손질하는 일을 중시하며 그 일도 .. 더보기
유홍초 어지러진 여러 풀들의 미로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제 본성을 지키는 왜소한 풀 하나가 있다 마침내 다른 풀들을 타고 올라 창공에 붉은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여인의 입술 루즈처럼 매혹적이다 크고 풍성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제 속성에 대한 자부심으로 더욱 고상하다 더보기
느닷없는 석산 아이가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눈을 막고 "누구게? "하듯이 석산은 기다리지 말라며 늘 느닷없이 피어난다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와 꽃 한송이를 불쑥 내민다 너무 뜻밖이라 말도 못하고 가슴에 차오르는 희열감 만져보기조차 아까운 화려한 모습이다 더보기
손톱질을 하며 화석 연료의 폭발적인 힘을 이용한 엔진톱을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 무동력 톱으로 나무를 썬다 순전히 근육의 힘으로 톱을 밀고 당기며 무수한 반복 운동으로 썰어간다 엔진톱의 광기 같은 소음에 비하면 이 손톱의 쓱싹거리는 소리는 단조롭지만 음악이다 강한 쇠붙이가 나무의 몸통을 파고드는 마찰음과 얇은 톱이 오가며 내는 묘한 진동음이 싫지 않다 이 음악은 심장의 박동과 화음을 이루고 온 몸의 정기로 생산하는 몸의 음악이고 율동이다 이 숨 차고 느릿느릿한 톱질의 비능률은 엔진톱의 가공할만한 효율성을 체감한 학습 효과에 의한 것이다 예전의 선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비능률로 상대적 인식을 하지 않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나는 양쪽을 오가며 모두 긍정을 한다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그리고 가치관이나 취향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