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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불영사 佛映寺(불영사) 세상살이를 놓으려고 이 모퉁이 돌고 돌 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俗緣(속연)의 굴레를 뿌리치고 또 뿌리치고........ 계곡은 속살을 드러낸 채 구비 구비 늘어서서 俗塵(속진) 같은 바닥의 모난 자갈들을 깎고 씻기고..... 그래서 비구니들의 미소는 투명하고 자유롭다 강은 .. 더보기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차라리 당신을 친구로 만났더라면 좋았겠습니다. 때로는 허름한 대폿집에서, 때로는 한여름 콩밭을 매며 당신의 체취를 느끼며 꾸밈없고, 절제되지 않은 자식 사랑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아버지! 차라리 당신께서 한량들처럼 살았더라면 좋았겠습니다. 여자도 사.. 더보기
낙엽 낙 엽 창공을 遊泳(유영)하기 위해 잎은 육신을 비우고 대지에 새 생명으로 귀의하기 위해 잎은 인연의 끈을 놓고 한 점 바람에 포르르 파문 일듯 나비 한 마리 자유롭다. 졸참나무 여윈 잎 하나 방금 열반에 들었다. 더보기
모닥불 모닥불 피워 놓고 세상 이야기 토닥토닥 피어 오르면 얼굴은 발그레 타오르고 연기는 목을 뽑아 하늘 솥바닥 그을린다. 모닥불 사그러지면 목을 젖히지 않아도 금방 다가오는 별들의 속삭임 눈꺼풀에 졸음이 밀려들면 별 가루가 스르르 잿더미를 덮고 잠든다. 더보기
고요함의 지혜 바람이여! 뎅그렁 뎅그렁 風磬(풍경)의 발자국 소리 멈추고 쉬어 가기를 잔가지에 매달린 여린 잎들의 숨소리 잔잔해지도록 이 뜰에 충만한 평화가 방해받지 않도록 나무는 고요해지기 위해 발없는 나무가 되어 땅으로 뿌리 내리며 하늘로 손을 내밀어 晝夜長川(주야장천) 기도를 하고 .. 더보기
강선대 降仙臺 벼랑 가리개로 호젓해진 계곡 沼에 화강암 반죽을 물살로 겹겹이 밀어낸 너럭 바위는 목욕중인 선녀가 벗어둔 속살 같은 엷은 치마 고숲정 모리 돌아가던 달빛 나그네 모암정 난간에 기대 설레며 엿보다 어느새 발이 젖고 머리칼이 잠기더니 소리 없이 물 속으로 자맥질한다. 이 .. 더보기
취옹도 감상 創玄 朴鐘會 선생의 醉翁圖 한 점을 감상한다. 애주가이자 자칭 풍류객의 안목 밖에 없는 門外漢이지만... 남종화의 대가인 창현 선생은 인연의 묘한 씨줄과 날줄 몇 올로 交遊하게 된 존경하는 분이다. 그 분의 膝下에서 女士(문인화 정신을 계승하는 여자 선비가 되라는 의미) 의 칭호를.. 더보기
술의 미학 지나온 많은 시간들이 술에 취해 있었다. 글줄들이 취해 비틀거리며 일상이 때론 빗질하지 않고 헝클어진 채.... 주선 이 백의 시편들을 때론 암송하거나 풍류가객들의 권주가들을 모창하기도 하며 술의 미학에 잠긴 낭만의 시절들이 흘러갔다. (황신의 도연명 음주도) 꿈길을 헤맬 때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