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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의 독백(2) 눈 내리는 날에는 나도 독백을 한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들이 하늘의 독백인 것 처럼 눈을 밀어내 오솔길을 낸다. 딱히 누가 올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여기에 내가 있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라며...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그래. 움직인다는 것이지. 운동하는 것. 머물러 있는 일은 포근하.. 더보기
에피큐로스를 초빙하여 대화를 나누다. 오늘 하루가 텅 비어있다. 하루가 텅 비어 있다고 禪的선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오늘은 어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의 무대라는 것이다. 어떤 외적인 힘에 의해서도 통제받지 않는 時空시공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자.. 더보기
삶을 사랑하는 기술(4) - 우주적 의식 뜰에 나선다.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자 낙엽들이 떨며 모퉁이에서 서로 껴안고 있다. 서릿발 입에 문 칼날에 국화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 봄, 그 여름날은 가고 바람은 늘 다른 길로 다니고 새는 늘 다른 춤을 추는구나. 모든 것은 흐르니 가만히 멈추어 있는 것은 없구나. 더위가 기승을 부.. 더보기
삶을 사랑하는 기술(3) - 화를 다스리기 가끔이지만 나는 악마, 마귀, 야수가 되기도 한다. 내 마음 어느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던 화가 폭발하는 경우다. 가장 비천하고 광적인 포악함으로 얼굴은 일글어지고, 뇌가 한순간 마비된 듯, 떨리는 사지와 말, 피가 역류하는 듯 충혈된 눈으로 상대를 향해 응징의 비수가 튀어나온다. .. 더보기
삶을 사랑하는 기술(2) - 상상여행으로 줌 아웃 고대 철학자들의 상상 여행은 이 세상, 온 우주를 인식하는 독특한 방법이었다. 저 먼 하늘 높이 날아올라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鳥瞰조감이다. 장자는 한 번의 날갯짓으로 구만리를 날아가는 봉황새의 시각으로 우주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봉황새보다 훨씬 강력한 날갯짓을 하는 새가 .. 더보기
눈 내리는 날의 독백(1) 간 밤에 도둑 고양이처럼 내린 눈이 천지를 뒤덮고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덮어 밀어서 길을 낸 후에야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길이 어디 肉路 뿐이더냐며 마음이 길로 다니느냐며 俗으로 秋波를 던지느냐며 짐짓 면박을 하며 빙그레 웃는다. 더보기
삶을 사랑하는 기술(1) - 몸과 마음의 단련 여보게 친구! ‘철학을 권하다’라는 책 한 권이 오늘 아침의 양식이라네. 맛갈스럽고 영양가가 높을 것 같아 1개월치 양식이 될지도 모르니 설렌다네. 현대인들이 고대인들에게서 배워야 할 철학하는 자세는 강한 신체라네. 책상 위의 창백한 철학도가 아닌 시장, 체육관, 바다, 논밭에.. 더보기
블랙커피 일곱 잔의 추억 “어머! 이 아저씨가 여기 있네.” 기원에 배달 온 다방 아가씨가 흠칫 놀라며 소리친다. 몇 판 째 바둑판에 머리를 쳐 박고 있던 내가 고개를 들어 흘낏 바라보자 “아저씨. 아까 우리 다방에 왔던 분 맞지요?” “아! 예 그런데요.” 너덜너덜해진 기억의 주머니 안에 남은 추억 몇 가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