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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 새 순을 따며 가시엄나무순을 딴다 손톱길이만한 가시들이 호위병처럼 창검을 들고 일렬로 배치되어 가지를 보호한다 일부 가지는 밭둑 아래 한 길이 넘는 벼랑쪽으로 뻗어 있다 가지들 끝단에 달린 탐스런 새 순들이 그 매서운 호위병들 사이로 침투하라고 유혹한다 이 성가신 침입자들을 피하려고 해마다 나무는 키를 키우지만 이 영악스런 사람들은 팔이 닿는 거리내에 두려고 잔꾀를 써서 키를 낯춘다 나무와 사람 사이에도 긴장감과 타협이 오간다 두꺼운 가죽 장갑을 끼지만 호위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가지마다 손가락만한 길이로통통하게 자란 연두빛 새 순에 팔아 닿을락말락하다 호위병들 사이로 조심조심 몸을 밀어넣고 팔을 뻗어 본다 매사가 뜻대로 이루어지면 긴장감도 성취감도 저하되는 법이지 이렇게 거둔 새 순들이 봉지에 담겨져 누.. 더보기
서각 한 점 - 보금자리 소정에 이주하여 주택을 신축한 친구의 집에 선물할 서각 한 점을 만드는 중이다 서각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자신의 작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글을 새기는 것은 기능이나 기술의 차원이고 작품을 한다는 것은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작품에 하나의 스토리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서각문) 노후를 안거할 명당을 찾아 나서니 천지신명이 점지해준 이곳 소정이라 부부가 지극정성으로 손수 지은 집 보금자리(양각) 이천이십사년 봄날에 박종효님께 새겨드리오 청곡 정명섭 작 더보기
노르딕 4개국 대사 포항 방문 재환이를 포항 뉴스에서 보았다고 대견해 하는 분이 전화를 해 온다 TV 뉴스에서 포항시장이 노르딕 4개국 대사를 초청한 자리에 통역을 하는 재환을 알아본 것이다 해외 협력사업 관련한 업무를 맡는 팀에 전격 스카웃 되어 주로 영어 통역과 문서 번역, 외빈 영접을 담당한다 얼마 전에는 부시장이 있는 자리에서 스페인어 통역을 했더니 놀라워하더란다 일본어도 하고 중국어는 차츰 회화 능력이 퇴화되어 가지만 번역은 잘 한단다 재환이의 인생 역정의 접혀진 커텐 한 쪽이 살짝 드러난다 https://www.dgtimez.com/mobile/article.html?no=23941 더보기
이종능 도자기 특별전시회 처족들과 함께 1박 2일로 목포 여행을 한다 이번 여행은 미국에서 온 처남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는데 한 도예가의 개인전을 관람하는 것이 주된. 일정이다 지산 이종능 도예가를 목포대학에서 초청한 특별전시회인데 장소는 목포문화예술회관이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이미 서울에서 오신 세 분이 있다 처남과 동행한 한 분은 처남의 육사 한 해 선배인 이석구 님인데 쓰리스타로 예편하고 전국방대 총장과 전아랍대사를 지낸 분이라고 한다 현재는 연세대 글로벌 인재 대학 특임교수다 또 한 분은 여성분인데 플룻 연주로 일행의 만남을 축하해 준다 며칠 전에 임시 귀국한 작은 아들이 서울에 갔다가 자정에 서울에서 내려와 합류한다 제 외삼촌이 조카를 유명 인사들에게 소개하려는 배려가 바탕에 있는데 아쉽게도 이종구 님과는 시간이 맞지 않아.. 더보기
소등을 베고 잠든 목동 아이는 소의 등을 베고 잠들고 소는 말없이 기다린다 소는 이미 배 부르고 아이는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 넓은 소의 등을 페고 누웠다 잠이 든 것이다 천진함과 순박함이 주는 평온한 마음이 느껴진다 근처에 미니실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는데 원래의 한자아는 면우실(眠牛室)인데 소가 잠든 형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소는 사냥하지 않는다 큰 덩치에 큰 눈을 껌벅이며 뚜벅뚜벅 걸어도 초원의 풀들은 무한히 많다 순하디순한 대지의 속성을 지닌다 아이는 이미 목동의 역할을 마치고 초원의 넓은 품에서 동반자인 소와 함께 쉬며 평화롭다 지상낙원이다 이 풍경에 관조하면 현실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며 평온에 이르게 한다 잠시나마 해탈로 인도한다 여술은 인간의 근본적인 고뇌를 벗어나게 할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해탈로 이끈다는.. 더보기
봄나들이 - 김천 대덕 병아리떼들이 처음으로 봄볕을 쐬기 좋은 날이다 어이! 점심 먹으러 가세 모처럼 걸려온 전화 소곡(巢谷)이 나를 꾄다 봄나들이를 하자는 달콤한 유혹에 그래그래 봄나들이 나서는 늙수구레한 영감 셋 어느덧 지팡이가 휴대품이 되어버린 영감이 모는 차는 잘도 달린다 머시기가 거시기하고 거시기는 머시기한다며 영감들의 수다가 엔진의 연료가 된다 초록색이 몇 개나 될꼬? 우문을 툭 던져놓고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 저 산을 보게나! 연두가 피어오르는 차창 너머의 산이 형연을 펼친다 거창읍에서 김천 대덕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인근에 있는 부항댐 일대의 시원스런 풍광을 즐긴다 더보기
천사의 날개를 달고 천사의 날개를 달고 부항댐 호수 위를 날고 싶어도 부력은 생기지 않고 다만 흥이 올라 어깨만 으쓱거릴 뿐 더보기
초대형 캔버스 언젠가 집 구경을 온 사람 하나가 앞 산이 시야를 막아 탁 트인 전망이 아쉽다고 한 적이 있다 산이 먼저 선점하고 있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고 절벽처럼 산이 버티고 있어서 냇가 바닥에 누운 너럭 바위가 일품이라며 무례한 언행에 유머로 일침을 가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풍수지리상의 여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터는 드물고, 있다고 해도 구하기 어렵다 그런 완벽한 터를 구하기보다는 좀 미흡하더라도 자족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보다 더 현명한 태도는 기존의 조건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조화하는 주체는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산은 시야를 차단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대자연의 캔버스로 긍정 수용을 하고 계절마다 변하는 화폭의 그림으로 여기면 어떨까? 주택 앞에 있는 횡으로 산은 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