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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수망령에서 금원산으로 연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금원산 정상을 오르느라 가쁜 숨을 헐떡이는 내게 화사한 웃음으로 반긴다 연분홍 철쭉이라 연달래라는 별칭인데 어감도 좋다 이렇게 높은 산에 넓게 화사하게 핀 연달래를 본 적이 없다 때를 잘 맞춘 덕분이리라 사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금원산 정상에 오르려는 계획이 없었다 순간적인 욕구가 나를 충동질해서 1350미터 산으로 이끈다 내가 특별한 목적이나 계획도 없이 금원산을 오른다고 하지 않고 우연이 나를 데리고 새로운 어떤 것과 접속을 시킨다고 들뢰즈 버전으로 표현한다 어제는 수목원 임도로 오늘은 반대쪽에서 산 정상으로 연일 산행을 한다 오늘은 4시간의 등반이다 더보기
금원산 임도 트레킹 금원산 임도 트레킹을 한다 오늘은 비가 조금씩 내리니 덥지도 않고 녹음이 짙어가는 삼림을 홀로 걸으니 환상적이다 트레킹은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라고 한다 금원산 정상이 1350미터 정도인데 임도는 800미터대에 까지 닦여 있는데 포장과 비포장이 뒤섞여있다 지제미 마을을 지나 임도에 들기까지는 제법 경사도가 있지만 임도와 만나면 노면이 고르고 높낮이가 별로 없는 평탄한 도로라 걷기가 수월하다 오월의 삼림은 울창하다 녹엽은 기름지고 윤기가 흐른다 수많은 종들의 초목들이 어우러져 제각기 번성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무한히 쏟아지는 햇빛과 계곡의 생명수들, 자연 상태로 기름진 토양으로 온갖 나무들이 하늘 높이 자라며 제 기상을 드높인다 "요건 00나무 조건 00나무 저 나무는 뭐지? " 아는만큼 반가워하며 그.. 더보기
월성계곡 수달래(10) 철쭉은 산에서 자라고 피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물가에서 피는 철쭉은 물, 바위와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경관으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수달래란 예쁜 이름으로 상춘객들의 춘흥을 지핀다 수달래가 한창인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옳지! 이런 날이 멋진 이유가 다 있다 모든 돌이 수석이 되어 생기를 내뿜는데다가 비 내리는 냇가의 감상적 분위기로 인한 것이다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고 방수용 지퍼백에 폰과 소주 한 병 넣고 나선다 오늘은 산수-월성 삼거리 물나들이에서 상류로 향한다 수달래를 찾아온 사진작가들 몇 사람이 삼각대 장비를 놓고 피사체에 집중한다 불광불급이란 말이 생각나 미소를 머금는다 저 분들이나 나나 좋은 의미로 미친 사람들이다 계곡이 연지곤지 찍고 화사하게 분을 바르고 생기 넘치는 얼굴이다 .. 더보기
계곡의 시간을 거슬러 냇가에서 혼자 물을 따라 내려가다가 허황된 생각을 한다 나는 참 이상한 사람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시간은 실제로 거슬러 오르지 않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며 기술적 영상으로 증명된다 냇가에 나뒹구는 돌멩이들은 대부분이 모암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라는 확신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이 하천의 천변에 초고성능 CCTV를 태고적부터 설치해 놓았다고 치고........ 시험삼아 1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한다 하늘의 흩어진 구름이 모이고 그 구름이 다시 원 구름으로 모이며 비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냇물이 위로 흐르고 사람은 뒤로 걷는다 냇물에 흐르던 꽃잎이 제 어미 나무에 매달리고 그 가지에 꽃봉우리가 달리고 그 봉우리가 꽃눈이 되고 나무가 차츰 작아지.. 더보기
월성계곡 수달래(9) 바위가 세월에 허물어진다 바늘 구멍 하나 없었을 야무진 몸통에 늑골이 드러나고 그 사이로 수달래가 뿌리를 내린다 저 계류를 따라 흐르고 싶은 원대한 꿈을 이루려 묵묵히 견디며 기다려온 바위이기에 허물어지는 몸은 장하고 아름답다며 꽃다발을 받는다 언젠가 제 분신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갈 때 어미 바위 한 마디 하겠다 저 아래로 아래로 흐르다가 더욱 작게 부서지고 닳아져 고운 모래알이 되라고 더보기
월성계곡 수달래(8) 수달래 꽃에 카메라 촛점을 맞추는 저 사람은 알까? 지난 여름의 이 계곡의 물난리통을......... 이 맑고 고운 하천이 광기로 휩쓸고 내려가던 광란의 몸부림을........ 계곡의 물길을 따라 걸어 내려온다 하천 바닥은 어지럽고 난장판이다 온 바닥에 널부러진 돌멩이들은 수마로 인한 난민들이며 맨 몸으로 휩쓸려 내려온 비명과 눈물자국이 묻어있다 분노와 광기로 너풀거리는 소요 속에서 바위 틈을 잡고 버텨낸 억센 투쟁의 흔적이 하천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수달래 몸통은 비대할 틈이 없다 돌멩이 틈에서 영양분은커녕 오로지 생존을 위해 살아야 하는 난민이기 때문이다 수달래가 눈물로 피운 꽃을 나는 사랑한다 수달래 꽃은 초인적 승리와 영광의 훈장이다 더보기
월성계곡 수달래(7) 수달래를 품에 안은 바위는 온통 주름투성이다 젊거나 고뇌하지 않거나 아파보지 않은 바위는 주름이 지지 않으며 다른 생명을 품지 못한다 저 바위는 차갑고 단단하고 완고한 자신을 허물고 삭으며 모성이 솟아난다 금이 가고, 갈라진 주름에 뿌리를 박는 수달래는 모성애에 대한 사모화다 더보기
월성계곡 수달래(6) 월성계곡을 소금강이라 해도 좋을만큼 수달래가 만발한 온 계곡이 화사하다 창선에서 분설담 중간에 있는 너럭 바위에 앉아서 쉬고있다 도로변 산책로를 걸으며 가장 눈길이 오래 머무는 바위다 비가 살포시 내려 젖은 바위의 살갗이 관능적이다 황진이가 비에 젖은 옷으로 관능미를 풍기며 사모하는 님의 거처를 찾은 것처럼,,,,,,, 이 바위가 제 갈빗대 틈새에서 키운 수달래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이 계곡의 사내라면 이런 유혹에 은근히 끌리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니랴 내 이럴 줄 올고 소주 한 병을 준비해왔지 일배일배하며 바위 앞에 앉아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