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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소쩍새 울음에 잠못 이루는 밤 어젯밤 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소쩍새가 토하듯 울음을 쏟아냈다. 새가 나를 깨운 것인지 내가 새를 부른 것인지 애간장을 녹이는 피맺힌 절규인가 못 이룬 한을 풀려는 씻김굿 소리인가 소쩍새 소리에 잠못 이루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랴 ! 어디 나 뿐이랴! 산다는 것이 다 그런 일이지요.. 더보기
민들레 씨앗처럼 안강공설운동장 주위를 걷던 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은 나를 교향곡이 사유의 세계로 가라앉힌다. 바람이 분다. 봄바람을 타고 유랑하는 민들레 씨앗들의 비상을 바라본다. 그저 무심결에 불던 바람이 아니었구나. 공중 부양을 위해 솜털처럼 가벼워진 부양체 마치 낙하산처럼 씨앗 하.. 더보기
딱따구리 딱^ 따그르르르르 딱^ 따그르르르르 아침 8시가 되면 거의 매일 같이 자명종처럼 울린다. 서쪽 창 밖의 죽은 밤나무 대공을 쪼으는 딱따구리 절집에서 울리는 목어 소리처럼.... 딱따구리는 승려가 되어 속이 텅 빈 나무를 때리며 번뇌를 벗어나 해탈을 하려는가? 딱따구리가 두드리는 목어.. 더보기
돌단풍 - 고난의 땅에서 피우는 영광 돌단풍을 처음 접한 것은 십여년 전 울진 왕피천에서였다. 한여름, 작열하는 햇빛 아래 그대로 노출된 바위 조그만 틈지기에 초인적 의지로 달라붙어 있던 돌단풍 잎이 화상을 입어 타는듯 했었다. 그 때 받았던 감동으로 돌단풍을 한 줌 캐와서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한겨울 살을 .. 더보기
눈 내리는 창가에서 굿모닝! 블라인드를 걷자 또 다시 도둑처럼, 고양이 걸음처럼 다가온 눈이 온 대지를 덮었다. 무슨 음모가 진행중인지 희뿌연 가루로 장막을 치고 눈이 내린다. 벌써 발목을 뒤엎는다 야외등 머리에 덮어쓴 고깔 모자가 어릴 적 그렇게 사고 싶었던 흰털모자다 사색을 하거나 독서를 하며.. 더보기
눈........도둑처럼.....마술사처럼 눈이 내려 땅을 덮고, 나무를 덮고, 길을 지워 마법의 성에 갇힌 포로가 된 나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눈은 도둑고양이치럼 소리없이 다가온다 그는 내 마음을 훔치기 위해 극비의 잠행 전술을 택한다. 눈은 가벼워지기 위해 낙하산을 타고 침투한다. 공중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더보기
대통령 선거 투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 하늘에 가득찬 말. 말. 말. 세상은 두 편으로 나누어지고 기세가 부딪치고 아우성이다. 진영마다 군복을 입고 결의를 불태우며 대치한다. 목에 선 핏대가 꿈틀거린다 헤이 볼륨 업 더더더..... 쿵다리 사바리 쿵쿵쿵 아가씨 엉덩이가 들썩 거리며 호객을 하고 좌판.. 더보기
움막으로 걸어들어간 겨울나무 차가운 바람이 헐벗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겨울 나무들은 웅크리며 작은 움막을 짓고 걸어 들어간다. 이제 채 눈뜨지 못한 토끼 새끼의 부푼 눈망울처럼 이 겨울을 꿋꿋하게 연명하며 때를 기다린다. 하늘을 가리고도 남던 큰 잎을 죄다 떨구고 땅을 덮었던 그림자를 추억하는 겨울나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