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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천왕봉에 오르는 청소년들 -청람중, 지평선중 천왕봉 등반 중에 체험학습을 하는 두 학교의 중학생들을 만난다 강진의 청람중학교와 김제의 지평선중학교 학생들이다 남녀 공학인 학생들이 즐겁고 쾌활하게 울퉁불퉁한 산길을 걸으며 지나치는 등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덕담을 전하기도 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나는 학생들에게 진심을 전한다 평생 기억에 남을 등산이 될 거라며 엄지척을 한다짧은 시간이라 내 깊은 속내를 전할 틈이 없지만 내가 교사였고 또 한 때는 수련시설(학생야영장)에 근무하며 다양한 수련프로그램들을 활용해 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이다 꿈을 기르는 청소년 시절의 뜻있는 체험학습은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수 있다 지리산 천왕봉 1915m를 스스로 걸어서 오르는 체험은 엄청난 극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제 십대 초반의 중학생들이 등반 경험도 없고 체력.. 더보기
블로그족의 삶 블로그족이라는 디지털 신인류가 있다 첨단 과학기술문명이 만든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는 이미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해서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개인의 자유와 합리주의의 영향으로 표현의 자유와 욕구가 증대된 것도 블로그가 활성화되는데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디지털 레밍스족 디지털 코쿤족, 디지털 노마드족, 디지털 컨슈머족, 블로그족이라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신인류가 등장하여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하고 긍정적 현상도생겼다 이 중에서 내 경우는 블로그족에 속한다 13년 전에 만든 다음 블로그 선묵유거는 창작 블로그다 길지 않은 글과 사진 한두 컷만 삽입하는데 생활하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사유하는 내용이다 어떤 이들은 블로거라면 방문자가 어느 정도인지를 묻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파워 블로그를 우상 쯤으로 여기는 세태의 단면이.. 더보기
좌망에 들 날은 멀고 영산홍이 허물어진다. 화무십일홍이라더니 붉은 잎이 녹아내리듯 꽃이 진다 한 시절의 영화가 끝난다 봉우리가 벌어지며 꽃잎을 피워내던 날과 허물어 내리는 날 사이에 보름이 지난다 고요히 앉아 영산홍을 바라보며 마음에 일었던 환희는 건듯 바람결에 이는 마음의 파문에 불과한 것이었구나 피고 지는 일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구나 불과 그 며칠 사이의 피고 지는 일은 허무가 꾼 꿈에 불과했구나 나중에, 한참 지난 나중에 꽃이 어디에 있으며 그걸 바라보던 내가 어디에 있으랴 참된 실재가 아니고 궁극적인 것은 오로지 하나인 것을...... 붉은 꽃, 초록 잎도 그러한 것을 연못가에 앉아 바라보는 나와 울긋불긋한 너도 그러한 것을 영화와 폐허가 하나 안에 있거늘 희비가 교차함은 무슨 까닭인지...... 더보기
지게 뒷뜰에 놓인 지게 하나 어름 덩굴이 감고 오르는 것만 봐도 사용한지 오래 되었다는 것인데....... 사용가치를 잃고 농경에 관한 내 사유를 자극하는 조경용품이 되었다 구조는 단순하다 나무의 줄기에서 분기한 가지의 두 구조물을 결합시킨 A자 프레임이다 수송 수단이 발달한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면 육체를 혹사하는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또는 전근대적 농경의 유물 정도로 볼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어 볼 때 선인들의 집단 사고와 경험이 집약된 유물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지게의 이 구조는 매우 육화된 도구라는 점을 주목한다 몸의 구조에 맞게 만든 도구인데 오랜 관행의 역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사용되고 효율을 민간들이 입증한 유물의 모조품이다 양 어깨에 걸치는 멜빵, 등에 부착하는 등넓이의 .. 더보기
옥수수 뻥튀기 펑 재래 시장 구석진 골목의 뻥튀기 가게에서 터지는 폭발음 무심코 걷던 행인 몇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가슴을 쓸다가 이내 웃음으로 전환한다 이 단발의 대폿소리와 자욱한 연기가 어릴 적의 추억계를 소환하는 타임머신이 되어 훈훈해진다 손잡이가 달린 동그란 뻥튀기 기계에 들어간 강냉이 한됫박이 가열하는 솥에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내 물조리개로 석달동안 샤워하며 매일매일 키를 키운 알갱이들이 열달동안이나 물기를 죄다 말리고 온 몸의 구석구석이 달구어진다 십분이나 될까말까한 달구어짐은 한 순간의 폭발을 준비하는 전희다 강냉이 알갱이들이 달아오르는 솥에서 서로 몸을 비비며 위아래로 자세를 바꾸며 전생의 추억들을 회상한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에 일광욕을 즐기던 일이며 누가 더 키기 큰지를 경쟁하며 발돋움하던 일이며 아침마.. 더보기
큰꽃으아리의 개화를 보며 큰으아리가 뒷편 펜스를 감고 오르며 꽃을 피운다 내가 집중하며 기다린 시간이 없는데도 표정에 서운한 기색이 없다 꽃이 피어나는 현상을 유심히 관찰한다 자연적, 일상적 시선은 꽃이 주는 감각적 느낌과 관련된 경험 등을, 전문가적 시선은 외형적 구조나 형상, 생태적 특성 등을 실증적, 백과사전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이런 상식적이고, 객관적, 과학적 접근은 식상하다 나는 현상에 대한 주관적 시선과 느낌을 우선하기로 한다 모든 식물의 유전자에는 내장된 생애의 프로그래밍이 있다 이 으아리종의 DNA에도 압축해서 내장시켜 놓았으니 제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며 당당한 존재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자신의 처한 토양과 기후를 비롯한 제반 여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축약된 명령이요 지침이요 선대로부터 누적.. 더보기
예송갯돌 해변에서 보길도의 예송갯돌 해변에 있다 오목한 지형이라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하고 아늑하다 품이 그런 느낌을 주는 까닭은 외부와의 접촉면이 작아서다 많은 배들이 그 품에서 정박하고 있다 여기 사람들은 달빛이 파도를 건너서 융단을 걸어오는 장면을 볼 수도 있겠구나 해변도 풍경이 제각각이다 바다에 접하고 있다는 공통점보다 서로 다른 차이가 많다 다도해의 해안은 곡선적이고 변화가 많아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완도의 지형도를 보니까 불가사리처럼 사방으로 불꽃이 튀는듯한 지형이 천변만화의 동화 세계를 보는듯 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심심할 틈도 없겠다 바다와 뭍이 몸을 맞대고 비비며 경계를 유지하면서도 소통한다 동해의 단조롭고 탁 트인 망망대해의 감추어진 신비와는 색다른 아기자기하고 역동적인 눈맛을 준다 중첩된 자연의 섬.. 더보기
풀의 이주 이 가련한 풀 너는 어디서 날아왔어? 이 거주지의 주인인 내 동정 섞인 말이다 연약한 줄기로 풀섶에서 엎드려 있구나 허리를 빳빳이 세울 수는 없지만 고개를 들고 생기 넘치는구나 근처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와 돌 틈지기에서 뿌리 내리고 눈망울을 뜨고 첫 봄을 맞는다 아마도 이곳으로 이주한지 한 두해 밖에 되지 않았을 노마드 바람을 타고 이곳에 정착했구나 바람은 발없는 노마드들을 위한 발이 되고 경계를 돌파하는 엔진이다 차별하지 않는 바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운행하는 대자연의 수송선이자 은총의 입김이다 주저하지 않고 척추 같은 막대기 몇 개를 세워주고는 이 뜰의 정주민으로 받아들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