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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유엔군 참전의 날 유엔군 참전 휴전 협정 70주년 기념식을 보며 감동에 젖는다 일본 제국주의의 통치 하에서 벗어났으나 국가다운 면모를 갖추지 못하고 무지와 빈곤, 무질서와 혼란 상태에서 동족 상잔의 전쟁을 치러야했던 가혹한 운명과 역사를 돌이켜 보게 된다 우리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신생독립국이 북한 공산군의 침략을 받아 걷잡을 수 없이 패퇴하어 낙동강 방어선을 펴며 고전할 때 유엔이 평화와 정의의 군대를 파견한다 자유를 수호하고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집단적으로 결속해야 한다는 유엔의 정신으로 무장했던 것이다 미군이 주도(약 195만명)하는 유엔군(약 200만명)의 참전으로 반격을 하며 낙동강과 압록강을 오르내리며 전쟁을 주도하게 된다 16개국의 전투 병력 지원과 22개국의 의료지원으로 UN군이 최초로 결성되고.. 더보기
일상의 탄광 일상이라는 탄광 사방이 꽉 막혀 빛도 길도 없이 질척거리고 음산하다 밤은 그래도 견딜만 했지 꿈을 꿀 수 있으니까 아침의 태양은 눈부시지 않았어 어제와 조금도 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어 꿈을 깨라며 등을 툭 치기만 했지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어 줄 보석이 없어 이 탄광엔 영롱하고 화려한 것은커녕 지루한 반복,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것들만 가득해 이 울타리에서 탈출하고 싶어 어디서 오셨나요 언목구어라더니 일상에서 휘황찬란한 보석을 찾으시는군요 여기서는 귀하고, 반짝거리고, 값진 것이 보석이 아니랍니다 우연히 얻는 횡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어제와 오늘이 동일하게 겹쳐지지 않는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 가는데서 출발을 하지요 의미를 불어넣으면 하찮고 사소한 것들이 표정을 짓고 생기가 살아나지요 이 놀라.. 더보기
잔디와 잡초 잔디밭에 제초제를 뿌린다 우기에 제 철 만난듯 잡초가 잔디밭에 더부살인지 공생인지 함께 뒤섞여 자라니 일년에 두어 번 제초제를 뿌리지 않을 수 없다 바람을 타고 망망 창공을 유랑하다가 잔디의 나라에 착륙한 것이 무슨 죄라도 된다는 말인가! 신대륙을 찾아 나선 여러 풀들, 바랭이, 명아주, 질경이, 닭의장풀과 비단풀과 이름도 모르는 풀들이 희생된다 잡초들이 하층 노마드들의 서러운 표정과 원망 가득한 준엄한 말을 남기며 독약을 마신다 이 영감탱이야 어찌 우리를 차별하는 것이더냐 이 땅이 잔디들 독점하란 법이 어디 있다더냐 이러고도 정녕 도사가 되기를 바라느냐 더보기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성희롱을 하고 폭행하고 새내기 교사가 민원으로 인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된다 교육 현장의 병폐가 단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이런 사건을 스쳐지나가는 일회성으로 여긴다면 교육계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침해라는 사례를 구조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미래의 주역이 될 아동들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동의 인권은 논할 필요도 없을만큼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교육의 실제 현장은 하나의 구조적 체계다 아동과 학부모의 입장이나 교원의 입장에서 편협한 시각으로는 전체 구도를 볼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왕자와 공주처럼 귀한 아동들만으로 학교도 교실도 구성되지 않는다 교사들이 당연히 있어야 한.. 더보기
우산의 휴가 비 철철 흘러내리던, 숙인 지붕이 벌러덩 누워 배꼽을 드러내고 어제는 흘러내리던 경사진 길이 오늘은 오묵한 품을 가진 소쿠리가 되어 한 가득 볕이 고이며 눅눅해진 겨드랑이의 곰팡이들을 몰아낸다 어제는 누군가의 손에 쥐어졌지만 오늘은 스스로 당당하다 한가롭다 전장에서 돌아와 휴가 중인 병사들처럼 어제의 총탄 소리는 벌써 잊었다 더보기
내면의 보물섬 우리는 마치 하나의 성처럼 그 안에 수많은 방이 있다 그러나 자주 드나드는 방은 안락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위한 일상의 방 몇 개에 불과할 뿐이다 드나들지 않는 여러 방들이 굳게 닫혀서 방치되고 있다 보물처럼 값진 지혜의 방, 한 번도 걸은 적 없는 새로운 길로 가는 이정표다 그 방을 여는 열쇠는 현자를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결심과 열정이다 더보기
젤렌스키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존경심과 안스러움이 뒤섞여 있다 전쟁처럼 한 국가의 국민들에게 고통과 불행을 가져다 주는 참사가 있을까? 군인들만이 아니라 민간인들마저 살상으로 인권이 유린 당하며 삶의 보금자리마저 잃고 난민의 신세로 전락하는 비극을 당사자가 아닌 우리는 피상적으로 알 뿐이다 그런 나라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책임과 고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젤레스키 대통령은 양복을 입지 않고 군복과 유사한 차림을 유지하는 것만 보아도 그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군통수권자로서 결연한 각오는 눈에서 내뿜는 결기에서도 느껴진다 군인은 전장에서 싸우지만 대통령은 외교로 우방국을 확보하고 온갖 지원을 받으며 나토에 가입하려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안다 그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 더보기
상추탑 비 오는 날 비닐돔 안에서 늙은 상추를 만난다 상추는 늘 그렇게 거기에 있었는데 오늘처럼 늙은 상추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저 스쳐갔을 뿐이었다 내 상추쌈 먹거리로 줄기에서 풍성하고 연한 잎들을 죄다 주고 상추가 변신을 한다 상추탑 기단 부위는 공양의 흔적만 남긴 채 비우고 탑신을 수직상승시켜 영락없는 다보탑이 다 깨알보다 작은 씨앗이 연약한 잎을 내고 자라며 내 먹거리로 온 몸을 내어주던 상추가....... 그 탑 상륜부가 노란 꽃으로 피어나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는 영생의 탑 앞에서 무심코 합장을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