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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쌓아야 할 때 가끔 도회지에 다녀올 일이 생긴다. 다녀온 후 늘 마음이 어수선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마치 황토를 넣은 정화수, 지장수를 만들듯이 뜰을 거닐거나 냇가에 앉아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하늘의 달과 별을 바라보며 내면에 깊게 침잠.. 더보기
끝없는 길 위에 선 사람 서상에서 안의 방면을 향해 도로를 걷는다. 물이 흐르는 곳으로 길이 나고 길이 난 곳으로 사람이 걸으니 결국은 물을 따라 걷는 것이리라. 첩첩산중이라 물길은 산의 한 자락에 펼쳐져 있으니 산과 내와 들과 사람이 모두 하나다. 걸음으로써 나는 내 삶을 觀照한다. 어떤 꾸밈도, 연민도.. 더보기
외갓집 가는 길 외갓집으로 가는 길은 추억의 길 아스라한 시간의 저 편으로 찾아가는 歸巢의 길 淸淨無垢한 天眞으로 가는 길이려니 이 길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은 매일 외갓집에서 노래하며 기뻐하리라. 거창읍 위천 산책로를 걷다보면 '외갓집 가는 길' 이정표가 길의 양쪽을 가리키고 있다. 누구의 .. 더보기
서상으로 걸으며 어제 걸었던 발자국 끝에다 오늘 첫 발자국을 잇는다. 발자국을 연결하여 원학골에서 화림골, 심진골을 들러 집으로 오는 일도 멋지리라. 영남제일의 洞天 안의삼동을 걸어서 왕복하는 풍류객이 되고 싶은 충동이 솟구친다. “저 이는 별 쓸데없는 일에 올인을 하는 괴짜라고.” 독백을 .. 더보기
고독 예찬 거창읍을 휘감다가 끝내 貫通하며 흘러가는 渭川을 따라 홀로 걷는다. 두 강줄기가 시가지를 안고 흐르다가 合流하는 合水에서 서로 다른 혈통의 하천이 몸을 섞어 태어난 황강이 느릿하게 걸으며 大海로의 긴 여정에 든다. 나는 오늘 거대한 음모 하나를 꾸민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 더보기
서상 저수지의 새 전설 월성에서 서상가는 재를 넘어서 비탈길을 물이 흐르듯 아래로 아래로 흐르다 보면 남덕유 高山峻嶺 한 오아시스에 닿으리라. 靈山의 정기받은 천갈래 골짜기의 물길이 모여드는 곳 덕유산 자비로운 등을 타고 내려와 포근한 가슴, 늑골 사이로 구도하듯 흐르다 가쁜 숨 삭이며 머물다 가.. 더보기
심소정 잠두봉의 소매 끝이던가 흘러내린 얕으막한 산 끝자락에 보일 듯 말 듯 새 둥지 하나 落落長松 틈새로 황강을 굽어본다. 길가다 멈추고 선인의 足跡을 따라 오르는 정자 난간에 기대 앉아 유장하게 흐르는 강에 마음을 씻는다. 선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격조 높은 시조창은 물따라 흘.. 더보기
冬貧居(동빈거) - 자신과의 약속 스스로 冬貧居(동빈거)라며 빙그레 웃는다. 冬安居에서 借用한 용어인데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동안거는 승려들이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일정한 곳에 머물며 修道하는 일을 일컫는다. 오늘은 월성 황점에서 재를 넘어 영각사 입구까지 왕복한다. 고개를 넘어가는 길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