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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달력을 보며 한 해가 시작된다. 새해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하는 것은 지난 해를 묵은 해로 치부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런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싶어서이다. 어제 뜬 해와 오늘 뜬 해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인데 迎日영일의 해변은 人山人海인산인해다. 일출이란 자기 최면을 위한 연례.. 더보기
가는 해를 돌아보며 한 해가 간다. 일 년 전의 새 해가 과거가 된다. 새해가 올 것이다. 다가올 새해도 일 년 후에는 과거가 될 것이다. 흐르는 시간의 강에 둥둥 떠가는 삶이어라. 산다는 것은 시간의 종착역인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리니 내 존재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겸손해져야 하리라. 남들.. 더보기
[스크랩] 나를 닦는 지혜.. 오원간강/한상철~오언절구 3-46 吾願間江(오원간강) -나는 샛강이기를 바람 韓相哲 吾願成間江(오원성간강); 나는 샛강이 되고 싶습니다 本流氾濫時(본류범람시); 본류의 물이 넘쳐날 때 貯水暫防災(자수잠방재); 물을 가두어 잠시 재난을 막습니다 不誇修己智(불과수기지); 제 자신을 닦는 지혜인지라 자랑하지도 않습.. 더보기
정무길선생님 별세 이른 아침에 부음을 듣는다. 정무길 선생님께서 급환으로 별세하였다는 사모님의 연락이다. 말을 잊는다. 선생님. 주님의 품에 안겨 영원한 평화와 안식를 누리소서. 한결고운갤러리를 이루다 가신 분이시다. 돌 한 개, 꽃 한 포기에도 스며든 선생님의 열정과 치열함을 생생히 지켜본 나.. 더보기
00 기준 "00기준! 양팔간격으로 벌려!" “저 앞에 나무까지 선착순 0명” 체육 선생님은 매우 손쉬운 방법으로 우리를 통제했다. 선착순을 시키기도 했다. 요행으로 기준이 된 친구는 히죽 웃으면서 제자리에서 손만 올리면 되는데 기준에서 먼 지점에 있는 친구들은 불평할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 더보기
나는 샛강이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거대한 강이라면 나는 샛강이고 싶다 이념의 깃발 펄럭이며 진군하는 열병의 대열에서 빠져 나와 졸졸 노래하며 춤추는 물길이고 싶다. 강 한 켠에서 샛길을 내어 함께 가자며 손잡아 주는 이 없어도 흐르다 그 흔적마저 남아 있지 않아도 내 길 하나 내련다 길 .. 더보기
춤추어라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공방에서 나무를 만질 때는 mp3로 음악을 듣는 일이 잦다. 어느 날, 하도 신나는 음악이 한 곡 나오길래, 나중에 알았지만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였는데, 어! 이봐라. 나도 몰래 매혹적인 목소리와 흥겨움에 취해 몸을 흔들었다. 모방하지 않은, 허튼, 서툰, 꾸미지 않은 춤 같지도 않은.. 더보기
눈 내리는 날의 독백(2) 눈 내리는 날에는 나도 독백을 한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들이 하늘의 독백인 것 처럼 눈을 밀어내 오솔길을 낸다. 딱히 누가 올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여기에 내가 있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라며...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그래. 움직인다는 것이지. 운동하는 것. 머물러 있는 일은 포근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