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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보름달과 반딧불이와 풀벌레의 향연 추석날 밤 인근의 농로를 걸으며 달빛에 젖는다. 내 마음의 호수에 일렁이는 감흥이 솟구쳐 오른다. 언뜻 정읍사 한 구절이 떠올라 읊어본다. 달하 노피금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흐 다롱디리) 물가의 玩月樓완월루 높은 누각에 올라 남보다 먼저 달을 맞.. 더보기
우산나물이 피워올린 당초문양 솜털 송송한 어린 순들이 차갑고 거친 땅을 헤집고 머리를 밀어올리는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우산나물이 개화하여 절정을 누리고 있다. 아! 당초문양. 앙증스러운 꽃다발 끝에 동그랗게 말린 저 문양에 눈이 탄성을 지른다. 일직선이 쭉 뻗어오르다가 말단에서 동그랗게 말린 문양 직선.. 더보기
능소화 꽃잎은 적멸보궁에 지는데 ^^^ 하늘을 凌蔑능멸하는 능소화인가? ^^^ 凌霄花(업신여길 능, 하늘 소, 꽃 화) 꽃의 한자 이름을 보면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이라는 것인데...... 아마도 기세 좋은 덩굴이 허공으로 울창하게 뻗어 나가며 마치 나팔 같은 주황색 꽃을 무수히 피우는 모습을 보고 하늘에 고개 숙이지 않고.. 더보기
물확 한 점을 파다 돌과 물은 환상의 궁합이다. 돌은 물이 원래 지니고 있는 자체의 성질이나 기운을 잘 보존하게 해준다. 일전에 직접 판 작은 물확에 물을 채운다. 여기다 수생식물 한 점을 띄우면 한 척의 石舟가 될텐데 지금은 虛舟일 뿐.... 더보기
분경 한 점의 여유 지난 주에 다녀간 서한당의 여유가 분경 한 점이 되었다. 안강에서 3시간, 두 번의 버스, 두 대의 승용차를 갈아타고 거창에 와서 머무르는 2박3일은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비 체험이다. 운동이 따로 필요하냐며 아침 일찍 일어나 어두워질 때까지 엉덩이 몇 번 안붙이고 뜰이며 밭에 나.. 더보기
해당화는 피고 으아리는 지고 해당화 붉은꽃이 핀다. 5월의 아침 햇살을 쬐기 위해 간밤에 오무렸던 잎들이 펴지는 중이다. 해당화 주연으로 등장하는 무대의 오프닝이다. 그러나 어제 세차게 불던 바람에 헝클어진 매무새다. 얇은 잎이 이리저리 너풀거리다 접히고 긁힌 자리가 상처 투성이다. 다섯장의 잎들은 그 와.. 더보기
창선 마을 - 가마소의 서정 오늘은 셔터를 눌러줄 아내가 있어 일상의 한 단면을 노출하게 된다. 스킨스쿠버를 즐겨 포항 인근의 바다나 영덕 오십천의 깊은 하천에서 잠수를 즐기다 보니 고향에서도 깊은 소를 찾아다니며 운동을 겸해서 물밑의 풍광을 즐기게 된다. 덕유산에서 흘러 내리는 청정한 계곡에 이런 소.. 더보기
초록은 同色이 아니다 어제부터 내린 봄 비 이후에 ...... 이상하다. 빗물에 초록빛 물감이 전혀 없었는데........ 누군가 붓질을 한 것은 더욱 아닌데 온 산을 말갛게 씻기고 나니까 잎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맑은 광채를 번득이며 미풍이 불자 이파리들이 손을 흔들며 깔깔거리더니 온 산이 꿈틀거리며 기지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