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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장독의 미학 1 볕 잘 드는 시골집의 한 모퉁이는 으레 장독대의 차지다. 해말간 얼굴의 장독들은 하나같이 滿朔만삭의 여인이다. 부풀어 오른 妊婦임부의 배는 생명을 품은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곡선이다. 그 곡선은 창조의 원천으로 지극히 아름답다. 새처럼 위에서 보면 장독들은 하나같이 완전한.. 더보기
변덕쟁이의 변명 “당신은 변덕쟁이란 말이요.” 뜰을 거닐다가 아내가 불쑥 던진 말이다. 나무를 하도 자주 옮겨 심으니까 나무들이 우리 발걸음만 들어도 벌벌 떨겠다며. “변덕쟁이?” 하며 내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으니 절반은 자인한 셈이다. ‘변덕쟁이’란 어휘 자체에 사람을 卑下하는 뉘앙스가 .. 더보기
반딧불과 랜턴의 깜빡이등 요즘 매일 밤마다 집 앞에 있는 반딧불들의 향연장에 간다. 청정 환경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귀족 벌레가 된 덕에 반디는 가리올 공연장의 주연이고 나는 유일한 관객이다. 반디는 꼬리에 늘 깜빡이등을 켜고 다닌다. 제 몸으로 생산한 빛을 꼬리에 달고 깜빡거리며 날아 다닌다는 것이 반.. 더보기
스포트 라이트 하루에도 몇 번씩 逍遙(소요)하는 뜰이지만 야간에는 색다른 재미와 감동이 있다. 랜턴을 들고 외등을 끈 캄캄한 뜰에 나서는 일이 잦다. 고작 휴대용 랜턴이지만 꽤 쓸모가 있다. 2단 밝기 조절 기능과 깜빡이 기능을 갖춘 충전용인데 2백만 촉광의 강력한 빛이 직진하여 서치라이트가 된.. 더보기
장미와 찔레 장미와 찔레는 같은 무리로 분류하는 장미과 장미속의 한 同屬(동속)이다. 일란성 쌍둥이가 하나는 귀족 가문에 입양되고 하나는 서민으로 남게 된다는 어떤 逸話가 이 글머리에 생각이 난다. 마치 장미가 도시의 귀족에 입양된 꽃이라면 찔레는 한적한 시골 마을 어귀에 무성한 덤불로 .. 더보기
반딧불 - 추억의 섬으로 가는 등댓불 1. 반딧불 - 추억의 섬으로 가는 이정표, 등댓불 세월은 어찌나 야속하게 흐르는 것인지 미래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금새 과거가 되어 버린다. 삶의 여정에서 생겨나는 숱한 사건들은 선악미추를 떠나 추억의 휘장에 드리워지면 아픔도 괴로움도 그리워지는 마법의 치유를 한다. 반딧불은.. 더보기
고사리 꺾기 - 낭만의 유희 허기진 마을을 굽어보던 민둥산에 바람이 불어와 고사리 포자를 사방에 날린다. 날아라. 멀리 멀리 기름진 땅에 뿌리 내려 지천에 널린 고사리 밭이 되어라. 뭇꽃들이 예쁘다한들 주린 이들에게 무슨 소용이 되리오. 고사리야! 고사리야! 네 꽃을 어디에 감추었나? 주려 서러운 이들이 눈.. 더보기
솟대의 꿈 예전 같으면 흔히 목격할 수 있을 전통 習俗을 요즘은 볼 수 없음을 아쉬워 하며 洞祭의 과정으로서 솟대 세우기와 장승세우기를 상상해 본다. 팔도를 유람하는 여행자가 한 마을 앞에서 멈춘다. 이 마을은 정월 연례 행사로 산신제를 지내고 다음날 동민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장승을 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