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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황벽 선사의 一心 내 주변에는 늘 몇 권의 책이 뒹군다. 욕심 많은 아이 손에 들린 노리개처럼 나와 함께 밥을 먹고 나와 함께 배설을 하고 나와 함께 잠이 든다. 내가 머무는 곳마다,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비상 대기조처럼 대기하고 있다. 그 중 몇 권의 책들은 마치 애첩과 같다. 그 때 그 때 기분이 가.. 더보기
매조키즘과 새디즘 오늘날처럼 자유가 넘치는 시대가 과연 있었을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찬란하게 개화한 민주주의의 꽃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이란 값진 선물을 안겨 주었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저서에서 무한한 자유가 주는 무력감과 고독감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은 오히려 자유로부터 도주하게 된다고 한다. 개인적 자아의 독립을 버리고 자신에게 결여된 힘을 얻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결연을 원하게 된다는 것인데...... 힘이 있는 누군가와, 무엇과와 자신을 융합 시키고자 한다. 나찌즘과 파시즘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요즘도 소외되고 고독한 대중이 어떤 이데올르기나 정치 단체에 몰입함으로서 그런 고독에서 벗어나는 보상을 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대중들의 황금만능주의나 소비 지상주의.. 더보기
타나토스! 그 죽음의 본능이여 TV 종교 신도들은 하루 종일 안방 정중앙에 모셔진 교주님 앞에서 세뇌교육을 받으며 맹신도가 되어간다. 어허. 거참! 말도 잘한다. 세상에서 언변 좋다는 말싸움꾼들이 상대의 급소를 날카로운 논리의 창으로 순식간에 찌른다 피하는 방패가 어찌나 재빠른지 전광석화로구나. 입에 침을 튀기며 말로 상대를 제압하는 흑백 논쟁은 끝이 없다. 저봐라. 케이지 안에 갇힌 사내 둘이 죽어라고 치고 받는다. 주먹질 발길질에 목을 조르고 팔을 꺾으며.... 사람들은 피를 보기를 원한다. 저봐라. 이번에는 단체로 아군과 적군이 하얀 공을 차고 받으며 필사적으로 진지뺏기 전투를 한다. 많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콜로세움에서..... 이번에는 두 신선이 사각판에 돌로 만든 흑백의 군사를 배치하고 살기등등하게 마주 앉아 있다. 몇 .. 더보기
용추폭포 - 폭포에서 펼치는 상념의 나래 폭포는 수로를 흐르던 물이 허공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낮은 곳을 지향하는 물의 속성상 길이 끊어진 곳에 이르러 밀려오는 물길에 밀려 암석 절벽 아래로 낙하하지 않을 수 없는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자연 현상을 관조하면서 사색의 나래를 펴면 많은 상념들이 스.. 더보기
큰 물지는 계곡에서 어릴 적에 큰 비가 내린 후에는 마을 앞 장뜰 냇가에 우두커니 서서 큰 비로 물이 불어난 강을 바라보곤 했다. 자연 현상이 연출하는 異變이변은 묘한 쾌감과 청량감을 갖게 했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탈피하고픈 욕구가 반영된 것인지, 영적 씻김을 통해 카타르시스의 쾌감을 누.. 더보기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는 야구장 유람 온 도시가 술렁거린다. 심상찮은 징조는 남정네들의 대폿집에서도 엿보이더라니....... 술잔을 부딪히며 동지적 연대를 확인하더니 전황의 공과功過를 치열하게 분배하고 차후의 전투에서 승리할 계략과 음모를 꾸미고 승리의 환호를 마시고 패배의 치욕을 씻었다. 첨단 기능을 갖춘 매.. 더보기
장독의 미학 2 장독대는 정갈한 앞치마를 두른 주부의 자존 영역이다. 부엌에서 연결되는 동선에 위치한 뒤란의 장독은 정성스런 손길로 윤기가 난다. 醬장은 모든 부식의 필수요, 기본이었으므로 장맛은 곧 음식맛으로 직결되었다. 장은 당연히 자가 생산이 기본 원칙이었다. 새 며느리는 가풍에 맞는.. 더보기
장독의 미학 1 볕 잘 드는 시골집의 한 모퉁이는 으레 장독대의 차지다. 해말간 얼굴의 장독들은 하나같이 滿朔만삭의 여인이다. 부풀어 오른 妊婦임부의 배는 생명을 품은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곡선이다. 그 곡선은 창조의 원천으로 지극히 아름답다. 새처럼 위에서 보면 장독들은 하나같이 완전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