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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별이 빛나는 밤에 자정이 훨씬 지난 이슥한 밤, 유혹인지 충동인지 모를 어떤 이끌림에 의해 뜰로 나선다. 손전등을 켜고 샅샅이 비추어 보는 습관적 행위는 일종의 강박증인 것인지..... 매일 밤 만나는 익숙한 풍경들은 찰칼찰칵 슬라이드처럼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고 새롭고 변화된 풍경에는 스포트 라.. 더보기
월성 계곡의 격류 태풍이 북상한다는 전갈이 들리자 수목들은 머리를 산발한 채 요동친다. 장대비는 갈수록 굵어지고 냇가에는 물이 많이 불어나고 있다. 불현듯이 시오리 위쪽의 위천 상류로 간다. ‘급류로 불어난 물의 기세를 살피기 위한 돌발적 행동’이라고 쓰지만 실은 물구경을 가는 것이다. 어려.. 더보기
다 그런거지 뭐 능소화 가지에 매달린 꽃들과 지난 밤 바람에 떨어진 꽃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젯밤에 가지를 흔들던 바람도 일 없다는 듯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어제나 오늘이나 나나 너나 그저 그런 듯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듯이 더보기
장사익의 노래를 들으며 얼마전 서울로 가는 휴게소에서 아들이 장사익의 음반 한 장을 선물한다. 이제 30초반의 새신랑이 한창 삶의 기쁨과 환희를 노래할 나이에..... '어느 새 네 안에도 삶의 생채기 같은 골짜기에 그늘이 생겼구나.' 이건 어디까지나 독백이다. 내려오는 길에 음반이 몇번을 돌았을까? 찔레꽃.. 더보기
어떤 날은 어떤 날은 낮에도 블라인드를 내리고 이불을 개지 않는다. 교교한 달빛이야 없지만 내 마음에 달 하나를 띄우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빗지 않아도 될 친구가 와서 벌렁 누워도 되게 방문을 조금만 열어둔다. 어떤 날은 서로 다른 색깔의 양말을 신으며 즐거워한다. 어떤 날은 가슴에 베개를.. 더보기
장마철의 공상 장마비가 내린다. 온갖 감언이설과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는 고집 센 아이의 울음처럼...... 자제력을 잃은 빗방울이 나무 마루에 부딪혀 울음을 사방으로 튕기며 더욱 거세진다. 이럴 땐 그냥 내 버려 두는 게 상책이라며 태양은 천궁 속에 숨어버리고 새들은 등지에서 날개를 접고 체온을.. 더보기
비 오는 날의 단상 아침부터 낮은 구름이 드리우더니 실비가 내리고 우산을 쓰고 뜰을 소요하며 생각에 잠긴다. 비 오는 날은 음의 기운이 발동해서인지 육체적인 활동보다는 내면적인 세계로 침잠하여 정감어린 사색에 잠기게 된다. 지난번에 군데군데 심어놓은 감국 모종들이 비에 젖으며 원기를 더한다.. 더보기
기생(妓生)의 모자(帽子) 한국의 대표적인 바람둥이로 청바지를 즐겨 입던 트위스트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예전의 바람둥이들은 헌팅을 하기 위해 차양이 짧은 빵모자를 약간 돌려서 착용했다. 이웃 여고생들의 하얀 교복 등에다 코스모스 잎을 딱! 쳐서 물들이는 얄개들이 있었다. 그 농땡이들은 하나 같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