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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어느 대합실 설치 작품을 감상하며 어느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 설치된 작품 하나를 주관적으로 감상해 본다 대형 테이블과 의자 네 개인데 한 개는 접허 있다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의자와 테이블을 5배 정도 크게 만든 작품이다 아마 저 설치 작품을 힐끗 바라보는 행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할 것이다 " 앉을 수 있지만 앉지 못하게 재미 삼아 크게 만들었을까?" "원참 별꼴이야" "저게 작품이라고?" 작가는 복제품도 예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번뜩이는 창조적 아이디어만이 창작이 아니라 기성품을 새롭게 대하는 행위도 예술의 영역임을 역설한다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낯 익은 물건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리 생활 주변의 용품들도 깊은 관심과 예리한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철제 의자는 행사용 비품으로 인기가 .. 더보기
사진단상(1)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기기의 눈으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한 현재로 만드는 작업이다 사진은 시간의 무덤이며 화석화된 현재다 사진은 과거도 미래도 모른다 다만 사람들이 자신의 시점에서, 멈춘 현재의 시간을 과거화한다 더보기
칡덩굴을 쳐내며 - 경계의 사유 나를 경계의 사유로 이끄는 것은 칡덩굴과 한삼덩굴이다 항상 변방이 문제인 것은 중앙의 권력이 미치기 힘든 지리적 원격성의 불리함 때문이다 내 영토의 변방 울타리에서 분쟁이 생긴다 인접한 묵밭은 타인 소유의 땅인데 무주공산처럼 아무런 간섭 없이 자란 풀들이 활개를 치며 내 영역으로 건너온다 이 경계는 소유의 경계이자 자연과 문명, 무위와 인위의 경계다 나는 오랑캐와의 변방을 지키는 장수처럼 무기를 들고 적들과 대결한다 풀들은 내 완강한 저항에 잠시 진격을 멈추지만 잠시 소강 상태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다 칡은 제 본성대로 어떤 제약과 구속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한삼도 무성한 덩굴로 다른 것에 의지하며 제 덤불을 확장해 나간다 내가 설정한 경계를 풀들은 인정하지 않아 충돌이 생겼다 자연과 문명의 경계다 .. 더보기
잼버리 유감 세계의 스카우트 단원들은 인종,국가, 문화의 차이를 초월하여 호연지기의 정신으로 협동하고 우의를 다지기 위해 국제적으로 결성된 조직이다 4년에 한 번씩 잼버리 대회를 통해 축제를 겸해 대자연 속에서 야영을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련을 하고 있다 스카우트 조직은 단어의 의미대로 스카우트된 사람들 즉 우량한 인재 집단이다 원래 스카우트란 운동이나 연예 등에 탁월한 소질이나 능력을 갖춘 인재를 여러 사람들 중에서 뽑는 것이다 그래서 스카우트 단원들은 선택된 사람이라 긍정적 자아감이 바탕에 있다 뽑힌 사람들은 기쁨과 자발성이 있다 대원들은 복장에서부터 특별하여 선발된 이들의 자부심을 북돋운다 야영수련 활동은 극기와 협동으로자연에 적응하고 용기와 진취적 기상을 배양하는 것이다 잼버리의 기본 정신이 어려움을 인.. 더보기
아로니아 손질을 하며 아로니아 얼매를 생과로 바로 먹을 수 있게 손질한다 열매에 달린 잔 가지들을 떼내며 장갑을 끼지 않는 것은 열매의 단단한 감촉과 분리되는 과정을 몸으로 느끼고 손가락이 보라빛 물로 채색되는 것을 직접 느꺼보기 위한 것이다 바깥의 기온이 매우 높지만 그늘에 앉으니 할만 하다 위트니 휴스턴의 팝송이 노동과 유희의 경계를 허문다 언제든지 하기 실으면 그만 둘 수 있지만 이 일에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단순한 일을 하다보면 사유의 선물이 툭뚝 떨어진다 한가함에서 오는 여유와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삶의 편린들에 애착이 간다 살아있는 현재의 삶이 주는 생기에 의한 것이다 잠시 스쳐가지만 포착하여 한 줄이라도 남겨두는 습관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이런 일을 할 때마다 고역이었다 너무 지루하고 따분하여.. 더보기
바둑판과 정치판 바둑은 두뇌 스포츠로 제일이 아닌가 싶다 신선 놀음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그만큼 재미가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는 놀이다 재미를 주는 까닭은 승패라는 명확한 승부 구조 때문이다 양자 간의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 속에서도 교묘한 양보와 타협 강공과 방어가 이루어지는 전쟁 놀이다 바둑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정함에 있다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명확하고 규칙상의 하자가 없어 패자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특권과 차이도 이 엄정한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치는 바둑과 유사한 점과 차이가 있다 승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흑과 백, 여당과 야당이 본질적으로 대결 구도에 있어 투쟁은 피할 수가 없다 타협과 조정도 승리를 향한 종속 과정이고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바둑은 룰이 명쾌하고 단조로워 부정.. 더보기
강남불 칠공주 위천면 강남마을을 현지인들은 강남불이라 하는데 아주 오래 전부터 돌부처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 마을에 풍채가 당당한 호남에게 시집을 간 고모는 딸만 일곱을 둔 딸부자다 고모는 아들 하나 두지못하면 대가 끊어지는 책임을 모면하려 행여 다음에는 낳으려나 하다가 하나 둘 늘어나고 영험 있는 곳에 소원을 빌이 보았지만 별무신통이 되자 나중에는 낳을 때까지 해보자며 운명에 덤비듯 하다보니 일곱을 낳았다며 멋적은 웃음을 보인다 넉넉치 못한 살림으로 일곱을 양육하는 고충을 안 길러본 사람들은 알아도 아는 게 아니다 요즘 시대적 경향으로 보면 셋째부터 막내까지는 태어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놀랍게도 아들을 선호하던 케케묵은 구시대적 관념이 셋째,넷째,다섯째,여섯째,일곱째를 생명의 신비로 만들었으니 세상 만사는 사람의 뜻.. 더보기
버섯 억척 같은 푸른 손과 뿌리조차 없이 오매불망 한 품만 파고드는 더부살이 사내 천성인지 운명인지 조금만 제 성미에 어긋나면 잠복해 버리는 비밀 투성이에 까칠한 성미 그런 주제를 아는지 모르는지 갓 하나 달랑 쓰고 자존심은 어찌나 센지 나도 당당한 족보가 있다며 싸잡아 한 등속으로 보지 말라며 쑤욱 얼굴을 내밀며 폼을 잡더니 기분이 고조되자 '나만한 사내 있으면 나와 보시오'라며 제 아랫도리를 내밀며 의기양양하다 지나는 길손인 나도 호응하며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 한 번 치고 (뒷산에 오르며) 더보기